본문 바로가기
소식지/살며 사랑하며

<117호> 장애인이 못할 일은 없다_ 서재욱(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2. 1. 26.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청주시 장애인 공공일자리 욕구조사 및 맞춤형 일자리 개발연구의 책임을 맡아 수행했다. 공공일자리를 단순히 사무보조와 같은 협소한 의미로 해석하지 않고, 장애인 공무원과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자를 포괄하여 장애인이 청주시 공공부문에서 능력을 펼치기 수월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연구했다. 이를 위해 청주시 장애인 공무원과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청주시청과 그 산하기관 59개 부서를 대상으로 직무조사를 실시하였다.

 

연구보고서 내용 가운데 정책제언을 소개하면, 먼저 청주시 장애인의 공공부문 근로 활성화를 위해 공공부문 보조공학기기 및 근로지원인 지원 확대,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 신규 장애인 공무원 지원 확대,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자 역할 확대, 청주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제정, 재택근무 활성화, 장애인식개선교육 강화, 장애인의 교육훈련을 위한 민관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그리고 신체적 장애인의 공공부문 특화·신규 업무로 장애인권익옹호활동, 장애 인식개선교육 업무, 교통약자 친화형 관광상품 개발 및 운영, 교통약자 맞춤형 재난 및 안전점검 관련 업무, 교통약자 참여형 공공시설 건축 및 정비, 청각장애인 수어통역사, 청각장애인 CCTV 관제 업무, 청각장애인 수어 도슨트, 시각장애인 헬스키퍼, 시각장애인 소리책(오디오북) 제작 등을 제안하고, 정신적 장애인의 공공부문 특화·신규 업무로 공연 및 문화예술, 정신적 장애인을 위한 국어책임관, 모아드림 육아용품 살균기 관리, 수영장 관리 및 헬스장 관리 보조, 청주시 문화관광 해설사, 청주시 문화예술 산업 공공기관 직무 보조, 청주시 문화재 관리, 문화재 활용 체험활동 운영 보조 등을 제안했다.

 

공공부문에서 장애인 고용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보다 큰 공공부문의 역할이 필요하다. 청주시 장애인 공무원 수가 100여 명에 달하고,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마다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자가 배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공공부문에서조차 효율성의 관점에서 최소 인력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존재하는 만큼 장애인의 배치를 꺼려하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장애인도 일터에서 자신의 장애를 숨기는 경향이 발생한다.

 

장애인의 공공부문 고용이 사회적 가치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도 숙련형성의 기회를 제공받는다면 주어진 일을 멋지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라는 인식의 전환 역시 필요하다. 사실 비장애인도 조직 안에서 혼자서는 해내지 못할 업무들이 대부분이다. 직무조정과 무장애환경의 조성을 통해 장애인 동료의 존재가 업무 부담을 늘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서구에서는 장애인 적합 업무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라고 한다. 물론, 개인의 특성에 따라 수행이 어려운 업무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업무는 장애인도 숙련도를 갖추고 근로지원인 또는 보조공학기기의 도움이 있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장애인이 못할 일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비장애인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마다 잘 하는 일이 다르듯이, 장애인도 개별적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