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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119호> 나를 돌보는 연습(2) _ 편안한 家 _동글이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2. 3. 29.

매일 같이 잠들지 못하는 탓에 거실 한복판에 텐트를 치고 지낸 적이 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 하다는 것이 행복해서 텐트 속 집 꾸미기를 하며 꽤 즐거웠다.

꼭 텐트가 없더라도 종종 나를 편안하게 하는 장소는 내 집이 된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자동차 안, 머리끝까지 이불을 쓰면 생기는 어두컴컴한 시간. 꼭 독립된 공간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도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되는 순간은 내게 편안한 집이 되었다.

 

이제 나를 돌보기 위해서 꼭, 필요했던 독립을 하게 됐다.

 

독립 후 가족들과 대화하던 중 분쟁이 일어났을 때 내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에 늘 그렇듯 어떻게든 넘어 갔겠지.’ 라는 답변에 나는 꽤 큰 충격을 받았다.

중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 쓰고, 힘들어했던 시간이 떠오르며 내가 했던 행동이 어쩌면 내 오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도 어쩌지 못하면서 누군가를 돌보려고 했던 마음을 돌아본다. 내 오지랖이 타인이 잘 되게 하려는 마음이었을까.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 개입한 것은 아니었나.

 

과거에서 벗어난 현재에 내 삶은 꽤 만족스럽다. 행복하다.

 

내 물건이 다른 물건과 섞여 있지 않고, 제자리에 있다. 맛있는 초코우유를 냉장고에 넣어놔도 걱정 없이 집에 다시 돌아와 먹을 수 있다. 좋아하는 향을 집에 스며들게 할 수 있다. 내 속도에 맞춰서 집안일을 할 수 있다. 스스로. 천천히. 할 수 있어서 좋다.

한 달 동안 나를 돌봐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타인이 도움을 구하기 전까지 기다리기 힘들어도 꾹 참기도 하고, 문제가 생겨 교환할 물건이 있을 때 차분히 요구사항을 이야기 하기도 했다.

내 마음을 없애는 대신 할 수 있는 만큼 표현하고, 마음을 쓰는 대신 기다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나를 돌보는 일은 결국 타인도 돌아보게 했다.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누리기 어려운 사람들.

 

나를 돌보는 요즘, 그래도 여전히 난 오늘도 혼자 행복할 순 없다.

 

마음이 슬픈 이를 불러 함께 밥 먹고 싶다.

마음이 기쁜 이를 불러 함께 밥 먹고 싶다.

 

오늘의 물음표 : 당신의 편안한 집은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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