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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책 숨 , 슬기로운 탐독생활35

존 어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 2023) 존 어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 2023) – 감독 : 조너선 글레이저                                                                                                        이은규 “한 번에 500명씩, 하루 종일.”여기 다섯 남매를 둔 부부가 있다. 남편의 생일날, 가족은 출근하는 그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작은 나무배를 선물한다. 가족들은 화사하게 웃고 떠든다. 한바탕 유희가 끝난 후 남편은 출근한다. 각잡힌 군복을 입고 말 위에 걸터앉아 정원을 가로질러 담장 너머로. 그날 오후 남편은 손님들과 함께 관사로 돌아온다. “소각실 두 개가 서로 마주 보는 구조인데 한쪽의 온도가 대략 1000도까지 .. 2024. 6. 25.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이구원소설, 수필, 강연 그 어딘가 사이에 있는 책이다. 내용은 길지 않지만 막 빠져들며 읽지는 못했다. 솔직히 저자처럼 일상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며 살다가는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성의 자유로운 글쓰기의 출발점을 적당한 수입과 자기만의 방(공간)이라 보았던 버지니아 울프의 주장은 장애인을 포함한 소수자성을 지닌 존재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최소 조건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만연했던 차별 중 어떤 것은 철폐되었지만 여전히 아직도 우리는 차별과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남성이라는 권력적 계층의 속성과 장애인이자 저소득층으로서의 소수자성을 모두 지니고 있는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그저 고민이 들 뿐이다. 이재헌 1928년 런던에서 ‘여성.. 2024. 5. 27.
인류가 파묘(破墓)해야 할 가부장제 인류가 파묘(破墓)해야 할 가부장제 - 이은규 섬세하고 사려깊은 캐럴 길리건은 자상한 안내자였다. 읽으며 생각하게 하고 저절로 스며들게 하는 부드러운 힘은 보살핌의 윤리가 갖는 자연스러움이리라. 담대한 목소리는 단단하지만 결코 경직되지 않은 호흡으로 시종일관 인간세계의 진보는 상호 보살핌에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구별하고 갈라서서 비난하는 것들로부터, 그 험한 것들로부터 탈주하는 상상을 시종일관 붇돋워주고 있다. 가부장제는 인류가 파묘(破墓)해야 할 험한 것이므로. 가부장제는 남녀를 구별하지만 페미니즘은 사람을, 생명을 하나로 보살핀다. 상호이해와 모두가 약자라는 보편적 약자로서의 성찰은 상호 보살핌과 돌봄의 윤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남성으로 살아온, 그 자체로 우위에 있으며 공공연한 가해자의.. 2024.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