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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793

<102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아홉째-아이에게_잔디(允) 두 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너의 일상, 안부를 묻는, 밤 전화를 하려다 생활관 전화기가 계속 통화중이고, 기다리다 시간은 흘러, 소등 시간이 되어, 밤 편지를 쓴다. 혹은 낙서를 한다. 멀리 있는 너를 생각하다 괜스레 불안한 생각이 시작되어, 생각에 생각이 넘쳐 나를 잡아 먹을까 두려워,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필로 종이에 끝없는 낙서를 하다가서는, 이 밤 잠이라도 푹 자기를 바라는 마음 쪽으로 낙서의 방향키를 돌린다. 사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끌고 와, 현재의 너의 생각과 생활을 다르게 바꿀 수도, 미래에 있었으면 하는 일을 잡아당겨 내 뜻대로 이룰 수도 없어. 그 부질없는 생각을 놓고 그저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지금 느낄 수 있는 것을 느낀다. ‘몽당연필을 손에 쥐고 .. 2021. 1. 6.
<102호> 이어지는 글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쓰기는 언뜻 결론처럼 끝나는 것 같지만 사실 과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은 명백하게 또는 암묵적으로 나중에 쓰여질 다른 글들을 가리키며 끝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글은 우리의 일상과 궤를 같이하기에 좋은 수단이 된다. 아침에 시작해서 밤에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일상 역시 아직 오지 않은, 모든 사람이 마주하지 않은 내일과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여러 수필 작가가 고백하듯이 글쓰기는 지나간, 지나가버린 하루를 카세트에 넣은 테이프처럼 두 번, 세 번 재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단 한 번의 삶을 몸으로 한 번 살고,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살고, 글을 쓰면서 또 다시 사는 일이라는 표현도 생각난다. 마치 어린 아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네 위에 올라.. 2021. 1. 6.
<제101호> 결혼을 앞두고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나는 사람을 부른다/그러자 세계가 뒤돌아본다/그리고 내가 없어진다 일본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첫 번째 연애시에 나오는 구절을 기억해냈다. 맞다. 단지 한 사람을 좋아했을 뿐인데, 그를 불러 내 곁에 있어달라고 말했을 뿐인데, 그 일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가 나에게 범람해오는 것이었다. 연애는 넘치고, 덮치고, 파괴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말을 잃고 새로운 말을 주워섬겨야 했다. 상대는 온 몸의 체중을 실어 상대에게 돌진하는 사람이었다. 슌타로의 시를 빌려 적자면 내가 그를 부르자 세계가 나를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와 부딪혔다.(나는 으스러졌다) 동시에 그는 배려심이 많은 사람인지라 자신의 욕구나 감정에 푹 빠진 채로 나에게 달려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나에 대해 궁금해.. 2020.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