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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606

<제78호> 詩月_잔디(允)  모과나무도..., 벚나무도... 화살나무도..., 다시, 단풍 든다. 아, 가을. 덥다고, 비가 많다고 말하던 어제는 지나가고, 아침과 밤 서늘함에, 거실 한 켠에 우리와 따뜻한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갈, 난로가 들어온, 오늘이, 왔다. 난로는, 4월에 나갔다, 10월에 들어왔으니, 일 년의 반절은 난로에게 기대어 사는 격이다. 난로 안에서 소멸하며 따스함을 뿜어내는 나무를 보며, 나의 소멸을 생각한다. 함께 공부하던 아이의 떠나감을 듣던, 8월의 마지막 날 이후, 간간이 가깝고, 먼 사람들을 떠나보낸 소식, 가깝고, 먼 사람들이 떠나간 소식을 듣는다. 홀로 세상살이를 견디어낼 누군가를 생각하다가 더 이상 그이가 불어주는 하모니카 소리를 함께 즐길 수 없음 이상의, 허전한 그이의 부재를 생각하며 슬퍼.. 2019. 10. 17.
<제78호> 말 못함_하재찬 잊어야 하는 사람 잊겠다 말 못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합니다. 말 못함의 내면이지요. 사랑하는 이 떠나는 뒷 모습 아무렇지도 않은 듯 뒤돌아서서 떠나간 뒤안길 벽에 기대어 흐느끼는 안타까운 한계지요. 옆 사람의 말에 상처를 받으면 말 못합니다. 함께하는 이의 행동에 아픔을 느끼면 말을 못합니다. 말 못함의 우둔함이지요. 그 사람이 떠나며 남긴 발자국에 상처를 주려고 한 것이 아니고 도우려 했다는 것이 남아 있을 때 미안함과 부족함에 가슴을 치는 한스러운 어리석음이지요. 말 못함이 사랑함인지 어리석음인지 조용히 돌아보는 오늘이길 2019. 10. 17.
<제77호>시방 여기 일꾼의 짧은 글 숨터가 이사를 했습니다. 대성동에서 북문로로. 조금 더 번잡한 곳으로 왔습니다.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이것도 많고 저것도 많고... 그럼에도 세상이 귀히 여긴다는 이것, 저것 주워 담지 않고 생명을 향한, 인간을 향한 가난한 마음, 그 첫 마음을 더 귀히 간직하겠습니다. 동행하는 모든 벗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2019.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