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다섯 번째_잔디(允)
시간의 강을 타고 유유히 흐르고 있는 우리. 여기까지 흘러, 小滿(소만)이라는 절기에 닿아 제법 우거진 초록 사이에서 하얀(흰) 꽃을 봅니다. 올해엔 특히, 쪽동백나무가 틔워낸 하얀 꽃이 제 마음에 앉았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하얀’이 아기의 순수성에 가깝다고 하면, ‘흰’은 삶의 각각의 지점에서 배움을 꿈꾸며 삶을 살아낸 사람이 낼 수 있는 순수에서 뿜어 나오는 고결함 같아요. 빈 논에 물을 담고, 그 흙을 갈고, 곱게 펴고, 어린 모를 심는 사람들을 오가며 봅니다. 기계로 모를 심은 후 한 줄 한 줄 모를 이어주는, 발과 다리가 푹푹 빠지는 무논에서, 허리 구부리고, 홀로 일하시는 분들. 배추밭에서, 혹은 사과밭에서, 부지런한 동작이지만, 고요히 흐트러짐 없이 움직이시는 어른들을 오가며 뵈면..
2020. 7. 28.
<제46호> 건너가는... 시절아_잔디(允)
입춘, 우수가 지나가니 밤이면 달이 점점 커지고, 아침마다 맞는 공기 속엔 봄이 숨어있다. 남편은 동트기 전 홀로 산책하다 돌아와, 식구들 추울까봐 난로에 둥그런 땔감을 넣으면서는 “봄이야, 봄”을 이야기한다. 산수유나무 노란 꽃망울 터트릴 그런, 봄이 여기 있다. 목련 겨울눈을 보며 하얀 꽃을 그리며 설레는 마음이, 여기 있다. 그 봄으로 건너가는 이 시절,.. 겨울동안 우리가 지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재미난 옛날 이야기하듯, 가볍게... 아침엔 종종 해님이 떠오르는 시간까지 조용히 누워있기도 하고(한밤중에 누군가 일어나 난롯불이 커지지 않도록 땔감을 한 개씩은 넣고 보살펴야하니...), 밤엔 옹기종기 다닥다닥 붙어 다리 쭉 펴고 누워 영화를 한 편씩 보고, 잠깐씩 영화 이야기도 나누었다(아이들은 원..
2020.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