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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606

슬픔이 기쁨에게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가나미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추위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 슬픔이 기쁨에게(창비, 1979) 2024. 5. 27.
부추밭 부추밭 잔디 지금의 나는 그저 시골사람이지만,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의 삶을 처음 시작했던 이십여 년 전 그때, 내 마음에 들어와 충만한 에너지로 채워주는 두 가지 풍경이 있었다. 집에서 나와 어쩔 수 없이 매일 오가며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부추밭과, 모내기를 하기 전 물로 채워진 무논이었다.  허리를 몇 백 번 폈다 접었다 하며 논흙 한 삽 한 삽 떠서, 구멍 난 곳을 채우고 울퉁불퉁한 면은 고르게 흙을 발라놓은 논두렁. 매우 정갈한 도자기 작품처럼 구부러진 논두렁을 매끈한 곡선으로 만드시는 어르신의 작업과 작품을 봄이면 볼 수 있어서, 물로만 채워진 그 논을 밤에 몰래 가서 한참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그 논이 있는 마을에 지금은 살지않지만, 지금도 여전히 오가며 모내기철에 바다처럼 빈 논과 논 옆에 .. 2024. 5. 27.
'힘'은 그럴 때 쓰는 게 아니야! ‘힘’은 그럴 때 쓰는 게 아니야!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 못 느끼시나요? ‘경계’ 인권연대숨과 마을N청소년이 공동으로 어린이공원을 온전히 어린이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의 활동을 하고 있다. 활동이라고 해야 고작 어린이공원>이라고 불리는 공원에 가서 둘러보고 사진 찍고 시설은 어떤 것이 있나 살펴보는 정도이다. 이 활동을 하면서 공통으로 경험하는 문제가 있다. 어린이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어른들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 3~40% 정도 되며, 어른들의 점유시설형태는 운동기구와 파고라(정자)이다. 또한, 어린이 전용 놀이시설과 어른점유 시설 사이에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보행자 통행로 명분의 보도블록으로 경계가 지어져 있다. 그렇게 따지니 어린이공원 내 순수 어린이 전용공.. 2024.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