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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열 번째. -상상 ; 내가 상상하는 것이 나를 끌어간다._잔디(允) 혼자만의 머릿속에서 빙빙 돌기만 하는 노래도, 동시도, 첫 단어, 첫 구절, 첫 소절 몇 글자, 몇 마디가 시작되면 그 시작을 따라 술술 노랫가락이, 재미난 표현이 따라 나옵니다. 내 안에 담겨있던 혹은 나에게 잠시 찾아온, 생각들이 노래가 되어, 동시가 되어 훨훨 날아다닙니다. 혼자 만들고, 부르며 철철 울다 완성되는 노래도 있고, 써놓고 혼자만 키득거리는 글도 있지만, 때론 위로가 필요한 어떤 이에게 들려주고는, 그의 눈물을 닦습니다. 동시 백 편을 쓰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소문을 들은 후 매일 밤, 엄마 씻었어? 엄마 시 썼어? 라고 묻는 아이가, 엄마가 써놓은 짧은 시를 읽어보고는, 음~ 괜찮은데 하기도 합니다(뿌듯~!). 시 속의 표현과 일상의 상황이 만날 때, 시 속의 몇 구절을 동시에 읊조.. 2021. 1. 6.
<103호> “빨리 가!”에서 “빨리 가요...”까지_이구원(다사리 장애인자립지원센터 활동가, 회원) 지난 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권익옹호 캠페인을 하러 성안길 롯데시네마에 갔을 때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이해서 에이즈 예방 행사와 캠페인도 옆에서 크게 진행하고 있었다. 자리를 잡은 뒤 조금 지나 한 할아버지가 박스와 폐지들을 수거하시며 주로 에이즈예방 캠페인을 나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빨리 가!”를 외치셨다. 처음에는 멀리서 본인의 일을 하시며 “빨리 가”라고 했었다. 분명 불편한 마음이 치솟았지만 그저 조금 불편할 뿐이었다. 하지만 옆에 행사가 마무리 되면서 캠페인 테이블에 젊은 여성분들만 자리 잡고 있을 때부터였다. 할아버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빨리 가”라는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 남성들이 주변에 있을 때는 자리를 떠났다가 여성들만 남았을 때 돌아와 “이게 뭐하는 .. 2021. 1. 6.
<103호> 소대장이 쏘아 올린 푸른 탄도미사일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 금요일 오후. 별안간 추위로 얼어붙은 도시는 전쟁 준비가 한창이었다. 목요일까지는 베트남 북부도시 하노이의 축축하고 비릿한 겨울 날씨 같았다. 금요일부터는 또다시 냉랭한 공기가 콧등을 스치고 있었다. 거리에는 군용 야상처럼 두꺼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털모자를 맞춰 쓰고 삼삼오오 나와 군화 아닌 장화를 신고 앉아 있었다. 그들 옆에는 적진을 향해 쏠 계획인지 머리는 허옇고 꼬리는 푸른, 짧은 탄도미사일체들이 쌓아올려져 있어 섬뜩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어제까지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는데. 그때 화약처럼 빨간 가루를 가득 담은 비닐포대를 담은 차량이 도착했다. 누군가가 담배 한 개비를 끝까지 태우면 곧 화약이 터질 것 같았다. “엎드려!!” 소리와 함께 하얗고 푸른 미사일이 도시의 하늘을 가르는 장면을 그려본.. 2021.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