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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호> 자기만의 방과 돈이 필요한 이유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활동가) 지난 주말 어머니와 동생들과 너무나 오랜만에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어머니 생신을 맞아 코로나 핑계를 대며 어머니와 세자매 이렇게 넷이서만 떠났다. 모처럼 남편과 아이들에게 벗어난 우리들은 마냥 즐거웠다. 어머니는 왜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았냐고 걱정하셨지만 나는 처음부터 데려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하루라도 엄마 역할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올여름엔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전혀 보내지 못해 내겐 이번 여행이 더 특별했다. 몇 년 만에 여자들끼리 떠난 여행이라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들을 하느라 바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와 마찬가지로 동생들도 사는 게 바빠 자기만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 하는 듯싶다. 나야 아이가 어려서 더욱 그렇지만 아이를 어느 정도 키.. 2021. 8. 30.
<112호> 규정되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하여_서재욱(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몇 년 전 지역에서 아동복지시설의 느린학습자 지원방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었다. 느린학습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정신의학에서는 “경계선지능”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경계선지능은 ‘지능지수가 71-84 사이에 해당하며 적응능력에 일부 손상이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과거 ‘정신질환진단및통계편람’제1판(DSM-Ⅰ)에서는 ‘경도정신박약’으로 분류되었고, 제2판(DSM-Ⅱ)에서는 ‘경계선정신지체’로 분류되었으나 제3판(DSM-Ⅲ)부터는 ‘정신질환에 속하지 않지만 관심이나 치료의 초점이 되는 조건’으로 정의되면서 장애 범주에서 제외되었다. 경계선지능 인구가 가정과 사회로부터 적절한 지원을 제공받을 때 대부분 뚜렷한 적응능력의 손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 의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과연 느린학습자들이 사회로.. 2021. 8. 30.
<112호> 세현과 잔디_잔디(允) 풀어도 풀어도 여전히 어딘가로 들어가지도 못한 짐과 짐 사이를 산책하듯, 거닐고 있을 무렵 그에게서 문자가 도착하였다. 오늘 출발할까요? 아, 그가 휴가를 맞아 나에게 온다고 했었지... 늘 혼자 보내던 휴가를 잠시, 나와 함께 보내고 싶다고 했었지... 일정을 서로 확인하고, 아이들이 격주 토요일 마다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마치자마자 돌아오고, 남편과 비내리는 날의 짧은 데이트도 잠시 즐기고, 저녁을 잘 먹지 않는 그이지만, 저녁 식사로 옥수수 한 개를 먹고 싶다하여, 돌아오는 길에 옥수수를 구입하고, 서둘러, 드디어, 오후 여섯 시쯤 마당에 먼저 도착한 그와 만나, 눈으로 먼저 인사하고,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스물 세 살 여름에 만나, 스물 다섯 살 겨울이 될 때까지 때때로 만나 서로를 나누던 그와.. 2021.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