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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 “그 사람들은 죽지는 않잖아요!” _이 구원(다사리 장애인자립지원센터 활동가, 회원) 자립 이후 활동을 하게 되면서 종종 장애인운동(투쟁)에 참여하곤 한다. 우선 내가 처음 투쟁에 참여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솔직히 ‘뭘 저렇게까지 하지?’였다. 법을 고의적으로 어기거나 길을 막아 비장애인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들, 때때로 경찰과 대치 속 오가는 고성과 충돌이 나에게는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경찰들도 그냥 청년 아닌데 무슨 죄냐?”, “비장애인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느냐?” 등의 생각과 말을 주위 사람들에게 하며 규칙에 얽매이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내 자신을 공감, 배려 따위로 속였었다. 그분들이 만들어낸 투쟁의 결과로 내가 오늘 이곳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배우게 된 이후에도 불편한 느낌은 남아 있었다. 그러다 ebs에서 방영했던 ‘배워서 남줄랩2’라는 프.. 2021. 1. 6.
<102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아홉째-아이에게_잔디(允) 두 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너의 일상, 안부를 묻는, 밤 전화를 하려다 생활관 전화기가 계속 통화중이고, 기다리다 시간은 흘러, 소등 시간이 되어, 밤 편지를 쓴다. 혹은 낙서를 한다. 멀리 있는 너를 생각하다 괜스레 불안한 생각이 시작되어, 생각에 생각이 넘쳐 나를 잡아 먹을까 두려워,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필로 종이에 끝없는 낙서를 하다가서는, 이 밤 잠이라도 푹 자기를 바라는 마음 쪽으로 낙서의 방향키를 돌린다. 사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끌고 와, 현재의 너의 생각과 생활을 다르게 바꿀 수도, 미래에 있었으면 하는 일을 잡아당겨 내 뜻대로 이룰 수도 없어. 그 부질없는 생각을 놓고 그저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지금 느낄 수 있는 것을 느낀다. ‘몽당연필을 손에 쥐고 .. 2021. 1. 6.
<102호> 이어지는 글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쓰기는 언뜻 결론처럼 끝나는 것 같지만 사실 과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은 명백하게 또는 암묵적으로 나중에 쓰여질 다른 글들을 가리키며 끝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글은 우리의 일상과 궤를 같이하기에 좋은 수단이 된다. 아침에 시작해서 밤에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일상 역시 아직 오지 않은, 모든 사람이 마주하지 않은 내일과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여러 수필 작가가 고백하듯이 글쓰기는 지나간, 지나가버린 하루를 카세트에 넣은 테이프처럼 두 번, 세 번 재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단 한 번의 삶을 몸으로 한 번 살고,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살고, 글을 쓰면서 또 다시 사는 일이라는 표현도 생각난다. 마치 어린 아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네 위에 올라.. 2021.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