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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호> 실패할 자유 혹은 그저 사람으로 살아갈 권리_이 구원(다사리 장애인자립지원센터 활동가, 회원) 얼마 전 “도라:욕망에 눈뜨다.”라는 영화를 충북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의 영화모임에서 봤다. 발달장애인의 성, 사랑, 욕망을 주제로 한 이 영화는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존의 (특히 한국) 영화들과 달리 감동적이거나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으며 물 없이 고구마를 먹은 거 같은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이번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영화 자체보다 이 영화가 남겨 주었던 고민을 이야기해 보고 싶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며 평소 고민해 왔던 주제들 중 떠올랐던 것은 바로 ‘실패할 자유 혹은 그저 사람으로 살아갈 권리’이다. 사실 실패할 수 있는 자유는 진보적 장애인운동에서 자립이념을 설명할 때 많이 쓰이는 말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삶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오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우리들.. 2020. 7. 28.
<98호> 굿바이 하는 날까지! 굿바이 하는 날까지! 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회원) 1억원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난생 처음으로 피고가 됐다. CJB청주방송 이두영 이사회 의장이 대책위가 지역신문에 낸 광고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의 명예가 너무나 큰데 내가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비슷한 광고를 할 경우 1건당 1천만 원을 내라고도 한다. 처음 소장을 받고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또렷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멍했다. 정신을 차렸다. 기분이 나빴다. 이내 이게 바로 이두영 의장이 원하는 거겠구나 싶었다. 활동가에게 떠들지 말라고 겁박하는 양XX 같은 인간이라니…. 이재학PD사망사건 대책위 변호사들이 법률 대응을 맡기로 했다. 덕분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대책위에 다른 활동가들의 연대도 뜨겁게 느꼈다. 전 충북민언련 대표이자 지금 옥천.. 2020. 7. 28.
<98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여섯 번째_잔디(允) 척박한 땅에 심었던 씨감자가 자라 이제, 남편과 함께 만삭의 몸으로 쭈그리고 앉아 캐고, 옮기고 감자를 수확하던 어머니는 밭에서의 고된 하루 일과를 다 마치고, 저녁도 다 해서 드시고, 설거지까지 하고나서 그 밤, 저를 낳았다고 하셨어요. 장마 지기 전에 감자를 다 캐고 나서 네가 태어났어. 참 착한 딸이지. 스무 살 즈음까지, ‘착한’이란 단어에 기대어 혹은 빠져나올 생각조차 없이, 아무런 의심 없이, 하고 싶은 말 지나보내고, 마음속으로 들어온 말 고스란히 쌓으며, 조용히 착하게 지내려고 했어요. 힘겹게 사느라 마음 아픈 엄마가 내가 던진 말에 마음 아파서 깨져 버릴까봐 담고, 누르고, 담고, 참고, 누르고... 그때는 그렇게 하고 있는지도 몰랐어요. 시간이 흐르고 살아가는 것이 점점 더 힘들기도 하.. 2020.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