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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호> 그래서 너는 어떤데? “당신이 옳다”를 읽고_이 구원(다사리 장애인자립지원센터 활동가, 회원) 난 비판적 이야기를 많이 하며 공동체가 되었든 조직이 되었든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비판의식이 좋은 거라고 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는 불평불만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자립하기 전부터 내가 살았던 곳의 조직 및 관련된 사람들, 특히 책임자들에 대한 비판을 내 주위 친구들에게 하곤 했었다. 그 날도 친한 친구와 술 한 잔을 걸치며 이런저런 비판과 불평을 하곤 했었다. 전부터 이런 나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한 친구가 문득 나에게 “그래서 너는어떤데? 난 네가 지금 어떤가를 듣고 싶어.”라고 말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신선한 충격이 들며 나의 비판은 어쩌면 나 자신의 분노/불안/우울 같은 힘든 감정을 대신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 한 동안 잊고.. 2020. 7. 28.
<99호> 노래하고 춤추고 키스하는 사람들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인생은 애저녁부터 고통 속에 파묻혀 있었다. 어딜 가나 못돼먹은 인간들은 있었고 꽤 많은 인간들은 괴롭힘을 당하며 지옥 같은 삶을 견뎌내야 했다. 아프리카 대륙에 살던 사람들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만든 거대 선박에 태워져 노예로 팔려갔다. 가서 푼돈도 받지 못하고 고된 일을 해야만 했다. 그 중 스페인 선박을 타고 온 흑인들은 쿠바라는 스페인 식민지이자 섬나라에 내렸다. 그들은 사탕수수를 베고 설탕을 만들어 자신들이 타고 온 선박과 비슷한 배에 자루째 싣어야했다. 미국으로, 유럽으로 떠나갈 설탕들이었다. 설탕의 맛은 노예들이 처한 고된 노동과 가난과 비례하듯 달콤했다. 사는 일의 고달픔에 관해서는 사실 지구 반대편인 쿠바까지 갈 필요도 없다. 어제 오늘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사실 .. 2020. 7. 28.
<99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일곱 번째_잔디(允) 여름밤. 보슬비에 젖어 싱그러운 빛깔이던 낮에 만난 원추리꽃, 비비추, 벌개취꽃, 삼잎국화는 어떤 마음 빛깔로 이 밤을 보내고 있을까 생각합니다. 그믐이라 오늘밤 하늘은 무척 어두운데, 짙은 어두움이 무서울까? 짙은 어두움이 감싸주는 포근함과 은은함으로 한 밤의 서늘함을 견디고 있을까? 아주 작은 기운과 아주 사소한 말의 기운에도 미세한 균열이 나는 마음을 간직한 저는, 쉽게 흔들리는 날이 있어요. 그런 날에는 애써 숨을 자주 멈춥니다. 숨을 밖으로 내보내고는 들이쉬지 않고 코를 감싸쥐고, 가만히 있는 것이지요. 신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시는 분들은 숨 참기의 여러 가지 잇점을 이유를 들어 설명하는데, 저는 그저 숨을 멈추었다 갈급함으로 한껏 숨을 들이쉴 때, 그리고 가슴에서 쌕쌕 소리가 나는 날, 내 안.. 2020.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