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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호> 바람은 아직도 부른다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시인은 아직도, 아직도, 삶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태우는 담배가 늘어나도, 돌벽에 머리를 박고서 애꿎은 민들레 뿌리 뜯어지도록 발길질 하는 날이 많아지더라도, 모락모락 김을 피어올리는 국밥 한 그릇 앞에서 공손한 마음을 가질 줄 아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빌딩을 올리고, 누군가는 빌딩에 세를 내며 일하고, 누군가는 일하고 버린 쓰레기를 담고, 누군가는 그 바닥을 닦지만, 이처럼 불평등한 세상에서 아직, 미치지 않고, 섣불리 화 내지 않고, 무력하게도, 무력하게도 매일 그 고통을 몸에 단단히 새기는 노동자들이다. 잔근육처럼 박힌 애환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길 잃은 고양이 한 마리에게 측은지심을 느끼는 이들이다. 그에게 먹이를 챙겨주려 정작 돌보지 못한 자기 몸을 더듬고, 빈 주머니 속을 뒤.. 2020. 9. 1.
<4호> 한국전쟁과 3인의 트라우마_박만순(함께사는우리 대표) 1. 생존자 김기반의 트라우마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기적처럼 살아난 김기반 할아버지와의 첫 만남은 2006년 1월 노인회관 할머니 방이었다. 2005년 제정된 과거사법을 설명하고, 강내면 탑연리 보도연맹 사건을 묻고자 했다. “저쪽으로 가서 얘기하지”하며 데리고 간 곳은 할머니 방.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할머니 방에서 남자들끼리 남이 들을 새라 조그맣게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이야기는 술술 풀리지 않았다. 이방인의 쏟아지는 질문에 노인의 입은 잠깐 열릴 뿐이었다. 20여 차례의 만남을 통해서 강내면 보도연맹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 강내면 보도연맹원 67명이 대한민국 군경에 의해 학살되었고, 당신은 학살 집행 전 탈출을 해 살아났다는 것이다. 김기반의 증언은 언론과 진실화해위원회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2020. 8. 7.
<4호> 내 생애 첫 연필_잔디(允) ‘참 소중한 나’ ‘나는 진실하고 정직합니다.’ ‘마당에 봉숭아꽃이 한창입니다.’ ‘어제는 소나기가 내렸다.’ ‘오늘 아침 텃밭에 들깨모종을 하고 학교에 왔다.’ 우리 배움터 학습자분들이 요즘 익히고 계신 문장이다. 우리 배움터 학습자분들의 평균 나이는 칠십육세쯤 될 것이다. 그 분들은 나의 학생이시자 스승이신 분들, 나의 어머니이시자 우리들의 어여쁜, 사랑스러운 어머니이신 분들...... 우리집 큰 아이가 첫 돌을 맞이할 즈음 시작한 이일을 그 아이가 열 살이 된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거의 팔 년이란 시간을 어머님들과 배움을 함께 하고 있다. 도시살이에서 농촌살이로 삶의 주 공간을 옮길 때 우리 부부가 가졌던 꿈은 적은 양이더라도 자급자족하기, 부모님의 배려 덕분으로 가졌던 우리의 배움을 ‘문화나 교육.. 2020.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