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호> 그렇게 그 집과 화해를 했다_박현경(교사)
그 집은 오랫동안 나의 콤플렉스였다. 부모님이 사랑과 정성을 다해 가꾸신 보금자리였고 엄마, 아빠, 언니, 나, 네 식구가 오손도손 일상을 일구는 소중한 터전이었건만, 나는 우리 집이 창피했다. 군산시 문화동, 언제나 바닥에 물기가 흥건한 재래시장 안 골목,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조그만 속옷 가게 앞 빈 점포, 그 내부를 살림집으로 개조하고 시멘트 블록으로 2층을 올린 집. 그 집은 볕이 거의 들지 않고 습기가 많아 곰팡이가 잘 생겼고, 그래서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방을 닦고 또 닦으셨다. 여름엔 찜통, 겨울엔 냉골이었다. 하지만 우린 그 집에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냈다. 책도 많이 읽고 그림도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같은 골목에 살던 유릿집 아이, 빵집 아이, 떡집 아이 들이랑 어울려 노는 것도..
2019.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