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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위에부는바람31

<제89호> ‘ㅁ’ 미음_잔디(允) # 마타리. 꽃마리나 꽃다지가 봄을 알리는, 아주 작아, 허리를 구부려 낮은 자세로 보아야 볼 수 있는 꽃이라면, 마타리는 키가 커서 마주 보고 서서 볼 수는 있으나, 노란 꽃망울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꽃이 작아 자세히 보려면, 마음 먹고 들여다 보아야 볼 수 있는 여름꽃이다. 여름 바람에 노란 빛으로 살랑살랑 흔들리는... 이제, 씨앗 맺었겠다. # 미음. 기력이 쇠한 상태에서 먹을 수밖에 없는 멀건 음식. 이 음식을 먹는 사람은 이 음식의 상태와 비슷하여서 회복을 기대하며, 옆에 있는 사람이 이 음식을 억지로라도 떠먹이면 마지못해 넘긴다. 연약한 사람이 먹는 연약한 음식. 정성들여 오래 끓여야하는.., # 무. 무는 그 어느때보다 가을무가 시원한 맛이 돈다. 김장하고 나서도 무가 남는다면 땅 속에 묻.. 2019. 10. 24.
<제88호> 반_잔디(允)  반달. 어느 날에는 여위어가는 것처럼 여겨졌다가, 어느 날에는 커져만 가는 것처럼 여겨지는 모양새. 점점 커져 차오른다고 여겨질 때에는 내 마음도 차올라 충만하다. 야위어간다고 여겨질 때에는, 주방에 옅은 불빛 하나 켜두고, 잠이 든다. 가로등 하나 없어, 희미한 불빛조차 없는 캄캄한 숲속에서, 까만 밤 잠시 일어난 식구 중 누구도 넘어지지 말라고, 캄캄함 속에 길 잃지 말라고... 달디 단 편안한 잠 속에서는, 희미한 충만을 마음속에서 자가발전한다. 다시 반가이 맞게 될 반달을 기다리며.  반말. 다섯 살 아이가 지하철에서, 옆에 앉으신 할아버지께 “너는 이름이 뭐야?”라고 물었다. 아이엄마는 어르신께 양해를 구했지만, 아이가 자꾸 반말로 어르신께 말을 걸어 불편해서 다음 역에서 내렸다는 민망한 .. 2019. 10. 24.
<제87호> 우리는 계속 꿈꿀 수 있을까?_잔디(允) -가만히 내 속을 들여다보면, ‘두려움’이 웅크리고 있다. # 뜨겁고 무거운 하늘 아래 서서,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당신과 나의 북극곰을 생각한다. 빙하가 눈물처럼, 폭포처럼 녹아서 흘러내려 먹이를 찾아 헤엄치다 지쳐, 잠시 쉴, 얼음 조각이 없어 힘들어한다는 그 존재... 북극곰은 안녕할까?... # 습하고 무더운 한낮, 무언가 놀이에 집중하며 땀이 송글송글 맺힌 아이를 보면서도 좀처럼 켜게 되지 않는 치료실 한 구석의 에어컨, 나조차 에어컨을 틀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내 몸이 흩어지고 난 후 살아갈 아이들의 삶은 어찌 될 것인가... # 싱그러운 여름 아침, 출근하는 길, 커다란 차에 혼자 타고 가는 것이 영 불편하지만,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기엔 시간은 빠듯하고, 길은 멀다. 꽉 닫혀있는 .. 2019.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