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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위에서부는바람22

챗님. 챗님.잔디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밭 한가운데서 감자 캔 자리에 호미로 살짝 흙을 걷어 올리고 콩 세 알을 넣는 걸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하며 반복하겠지. 그러다 허리를 펴려고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겠지. 그리고 누군가는 자기만의 방에서 잠을 자기도 하겠지. 누군가는 시를 쓰려고 잔뜩 등을 구부리고 다가올 언어를 찾거나 기다리거나 하겠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아침의 분주함으로 사람을 맞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 한 잔을 만들어 창가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고요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면서도 친절한 듯 물결무늬 문장 부호 “~~~”를 상대에게 보내는 문장의 끝에 어쩔 수 없이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하나 정도는 넣고 있을 수도 있겠다. 나는 조금 전 하안거 프.. 2026. 6. 25.
걷기, 지금이 좋다 걷기잔디 밤공기를 가르며 아들과 걷는다. 집 안에서 과묵한 아들은 걷기를 시작하면 이야기를 어딘가에 쌓아놓았다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풀어놓는다. 나의 아이는 어느 통계에서 ‘쉬었음 청년’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아이에게 들었는데, 그 분류에 의하면 ‘쉬었음 청년’이다. 쉬었음은 일상에의 경험을 잠시 쉬었다는 그 쉼의 완료를 뜻하는 것일까? 지금 쉼을 지속하고 있는 사람도 그 분류에 넣는 걸까? 생각하다가 찾아보지는 않았다. 자신을 ‘쉬었음 청년’이라고 말할 때 아이가 그 순간 하고 있는 생각, 그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그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하니까. ‘쉬었음 청년’을 제도적으로 돕고자 한다면 그 분류는 그 존재를 돕기 위한 것이니까 그 도움의 동심원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나에.. 2026. 5. 26.
사진 사진잔디 # 1 산 능선에 가지런히 서 있는 나무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온다. 해가 차오르고 산 능선의 나뭇가지 수형은 더 선명해진다. 산 능선에서 하늘을 떠받들 듯 나란히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노을이 질 때 나무를 바라보며 퇴근해 집에 와서 마당에 차를 세운다. 어둑어둑해져서 그때쯤 나무는 또 잘 보이지 않지만, 나는 나무가 거기 서 있다는 걸 안다. 지나가는 구름도 보고, 구름이 변하는 걸 보고, 구름이 흩어지는 걸 보면서 나무는 거기에 서 있다. 아침이면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태양이 노을이라는 이름으로 찬란한 아름다움을 펼칠 때도 그 풍경 속에 서 있으며 짙은 어둠속에서 조차 그저 서 있는 능선의 나무. 때론 마음 담아 바라보게 되는 나무, 때론 출근하면서 바쁜 마음에 .. 2026.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