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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위에서부는바람16

작은 것들. 작은 것들. 잔디 하루 이틀 사이에 개구리 소리가 밤공기를 가득 채운 것처럼 들린다. 아침에는 서늘하다가 오전이 되면 덥고 오후엔 땀이 나다가 밤엔 다시 서늘해지는 그런 날들의 연속. 지구의 기후가 이상하다고 하여도 개구리는 개구리의 때에 소리를 내고, 작약은 작약의 때에 피어나고 지고, 어느새 상추는 부지런히 뜯어먹고도 넘쳐서 어쩔 수 없이 나누어 먹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상추의 작은 잎을 뜯을 때는 정말 소중히 부드러운 손길로 뜯고, 정말 귀한 걸 먹듯 소중히 먹었는데, 이제는 이걸 어떻게 다 먹지? 겁내며 밭에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만(小滿)이라고 그래서 달력을 들여다보며 소만이라는 한자를 자세히 보니 ‘작은 것들이 세상을 꽉 채운다’는 뜻이라고 그러고보니 정말 사람이건 자연이건 작은 것들.. 2025. 5. 26.
사월 편지 사월 편지잔디 2025년 자비의 선교사학교 7기로 다시 등록하였어요. 한 달 한 번 두 시간. 침묵으로 있거나 선교사님의 강의를 듣고 묵상하고 마무리할 때 다가온 생각이나 기도, 마음을 나누고 헤어집니다. 가끔 선교사님들이 직접 요리한 스페인 음식을 한 접시 스페셜하게 내어주실 때도 있어요. 마음을 돌보고 몸도 돌보고. 무엇보다 때마다 환하게 웃음으로 맞아주시는 선교사님들의 웃음과 포옹이 큰 힘이 되어 제 안에서 스마일 에너지가 됩니다. 첫 모임에서 회심(回 心)이라는 주제로 마리아선교사님의 강의를 듣고 에스텔 선교사님의 KINTSUGI 활동을 하였어요. 원래 연결되어 있던 지점으로 돌아섬을 회심이라고 들었어요. 삶속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어떤 마음 때문에 사랑, 자비, 자유를 살지 못하는 부분이 금.. 2025. 4. 25.
그리웠던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금 그리웠던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금잔디 # 봄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하염없이, 눈이 내린다. 눈 내리는 화요일 오전. 골목을 걸어 갤러리 마당 구경에 나섰다. 아직 이름을 알지 못하는 꽃들이 고개를 조금 들고 피어나고 있었다. 쪼그리고 앉아 눈을 받치고 선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숨 참으며 사진도 찍고 눈 때문에 꽃이 얼지 않을까 걱정도 해보고 내리는 눈 속에 서서 고요히 눈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갤러리 정기휴일이라는 안내글을 보고 돌아서서 집에 가려하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금동이가 다가와 숨을 거칠게 쉰다. 곧이어 금동이를 부르는 갤러리 언니의 목소리. 언니가 정기휴일 안내문을 떼고 “니노씨 커피 한잔 하고 가”라는 엄청 반가운 말씀을 건네신다. 갤러리 한 켠에 바깥풍경이 훤히 보이는 환한 자리에 앉아.. 2025.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