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위에서부는바람11 춤 춤 잔디 올해는 어쩔 수 없이 전에 다니던 성당에 두 번 다녀왔다. 두 번의 장례미사. 한 번의 악수, 한 번의 포옹. 한 번의 봉투와 한 장의 손수건. 한 번의 오열, 한 번의 흔한 눈물. 어떤 죽음은 나에게 깊은 슬픔으로 다가와 가슴이 미어져서 미사가 끝난 후 유가족을 버얼건 눈으로 마주하기가 힘들었고, 어떤 죽음은 나에게 지치고 오랜 고통과의 이별로 다가와 자유로움으로 이어져, 그저 담담히 성당 뒤켠에 서서 눈으로 검은 옷을 입은 유가족의 등을 쓰다듬을 수 있었다. 어떤 죽음은 더 이상 그를 만날 수도 볼 수도 없다는 사실이 너.. 2024. 11. 25. 줄을 친다는 것 줄을 친다는 것 잔디 작렬하던 매미 소리는 다 어디로 사라져 갔을까? 뜨거운 햇살과 함께 사라져 매미 소리가 툭 끊겼다. 연이틀 내린 비로 갑자기 성큼 큰 걸음으로 방충망을 뚫고 가을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바람이야 어떻게 어떻게 통과할 수 있다지만 가을은 어떻게 이 안으로 발자국을 옮긴 것인지. 신비롭기까지 하다.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방바닥을 따뜻하게 데웠다. 난방 온도를 실내 온도보다 높게 설정! 내가 만약 이 공간에서 홀연히 여행을 떠난다면 챙기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제일 처음에도 제일 나중에도 떠오른 것은 ‘책’. 살면서 우연히 아가야를 쳐다볼 기회가 올 때 심장이 먼저 뛰었지만, 꽃 그려진 접시보다 은은한 빛깔의 머그잔보다 빨간 스웨터보다 아기자기한 스티커보다 처음 물에 둥둥 떠.. 2024. 9. 26. 양파처럼 양파처럼잔디 ‘수치심과 1일’과 이후 하나의 버릇이 생겼다. 내 마음에 ‘수치심 나침반’이란 걸 장착하고 사람들을 보는 버릇. 나를 포함하여, 아니 나를 제일 앞자리에 두고. ‘수치심의 나침반’은 우리가 수치심을 느끼는(당사자가 감각하지 못한다하더라도) 어떤 상황 속에서 우리가 에너지를 쓰는 네 방향이 있다라고 가정한다. 어쩔 수 없이 네 가지 방향 중에 한 꼭짓점에 가서 서있는 경우, 그 꼭짓점에 서서 파생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생각들이 우리를 온전하게 존재하는 상태를 깨뜨린다라고 본다. 우리는 원래 나침반의 중앙에 그려진 커다란 NEEDS(사람들이 품고 있는 보편적인 욕구-사랑하기를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 내 존재가 수용되기를 다른 존재를 수용하기를 바라는 마음, 내 존엄을 공동체 안에서.. 2024. 7. 26.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