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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위에서부는바람16

저마다 별을 품고 저마다 별을 품고 잔디 들판이 가을빛으로 흔들리고, 크고 작은 나팔꽃과 여뀌, 고마리, 쑥부쟁이, 익모초꽃이 바람 따라 피어나는 지금, 나의 부엌, 작은 창가에서는 백정화가 자라고 있다. 봄에, 한 달에 한 번 서는 마을장터에서 만 이천원을 미니선생님에게 주고 안고 왔다. 흰 꽃이 피어서 백정화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고 하는데, 아직 꽃은 만나지는 못했다. 꽃말은 관심, 당신을 버리지 않겠어요, 라고 하는데, 두메별꽃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어서 꽃이 참으로 궁금하여 가끔 물을 흠뻑 부어주며 기다리고 있다. 꽃모양과 꽃향기가 궁금하다. 설레인다. 그 화분 옆에는 로즈마리가 자라고 있다. 로즈마리는 5월엔가 막내가 엄지손톱만한 로즈마리를 삽목하여 들고 왔는데 코코넛 껍질로 만든 화분 안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2023. 9. 25.
풍덩 풍덩 잔디 한낮부터 해질 때까지 수영장에 푸웅덩, 포옹당 빠져 얼굴이 빨개지도록 노는 아이들을 한 눈만 뜨고 보는 돌멩이처럼 앉아서 보던 나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아무도 없는 풀벌레소리만 가득한 깜깜한 밤 아이들이 놓고 간 튜브를 끼고 수영장으로 냅다 뛰어 들었어 앗 차가워, 하며 혼자 수영장 바닥을 짚고 이리저리 헤엄치다 돌다 걷다가 튜브를 빼고 살며시 뒤통수를 물에 담그고 팔, 다리를 쭉 펴고 힘을 빼고 둥둥 떠서 눈만 깜박깜박 밤하늘을 바라보았지 풀벌레소리가 딱 멈추고 별빛 이야기가 들려왔어 물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다가왔지 뭐야 고개를 들면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담그면 별빛 이야기가 다가오고 고개를 들면 풀벌레 소리가 나를 감싸주고 고개를 담그면 별빛 이야기가 나를 안아주고,.. 2023. 8. 25.
<131호> 두 번째 봄맞이 두 번째의 봄맞이 允 맑은 하늘 아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빨래를 널다 문득 낯선 색깔이 스쳐 지나간다. 하던 동작을 되감기하여 몸을 돌려 다시 보니, 노랑. 아~ 민,들,레,꽃! 겨울동안에도 문득문득 초록빛을 보여주던 얇고 여린 풀들 그 사이로 아주 낮게 땅에 꽃받침을 대고 피어난 민들레꽃. 그 옆에 야옹하며 앉아있는 ‘참치’.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는 민들레꽃과 고양이를 사진 찍었다. 이곳에서의 두 번째 봄의 첫 풍경으로. 그러고 나니, 봄까치 꽃도, 광대나물 꽃도 보인다. 지칭개 싹도 지천이고. 막내랑 교문 앞까지 같이 걸어가서는 학교 앞에서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일부러 구불구불 코스를 만들어 돌아온다. 돌아와서는 출근해야 해서 마음은 바쁘지만, 그보다 더 바쁜 건 봄으로 향한 눈길. 어제보다.. 2023.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