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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위에서부는바람15

풍덩 풍덩 잔디 한낮부터 해질 때까지 수영장에 푸웅덩, 포옹당 빠져 얼굴이 빨개지도록 노는 아이들을 한 눈만 뜨고 보는 돌멩이처럼 앉아서 보던 나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아무도 없는 풀벌레소리만 가득한 깜깜한 밤 아이들이 놓고 간 튜브를 끼고 수영장으로 냅다 뛰어 들었어 앗 차가워, 하며 혼자 수영장 바닥을 짚고 이리저리 헤엄치다 돌다 걷다가 튜브를 빼고 살며시 뒤통수를 물에 담그고 팔, 다리를 쭉 펴고 힘을 빼고 둥둥 떠서 눈만 깜박깜박 밤하늘을 바라보았지 풀벌레소리가 딱 멈추고 별빛 이야기가 들려왔어 물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다가왔지 뭐야 고개를 들면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담그면 별빛 이야기가 다가오고 고개를 들면 풀벌레 소리가 나를 감싸주고 고개를 담그면 별빛 이야기가 나를 안아주고,.. 2023. 8. 25.
<131호> 두 번째 봄맞이 두 번째의 봄맞이 允 맑은 하늘 아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빨래를 널다 문득 낯선 색깔이 스쳐 지나간다. 하던 동작을 되감기하여 몸을 돌려 다시 보니, 노랑. 아~ 민,들,레,꽃! 겨울동안에도 문득문득 초록빛을 보여주던 얇고 여린 풀들 그 사이로 아주 낮게 땅에 꽃받침을 대고 피어난 민들레꽃. 그 옆에 야옹하며 앉아있는 ‘참치’.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는 민들레꽃과 고양이를 사진 찍었다. 이곳에서의 두 번째 봄의 첫 풍경으로. 그러고 나니, 봄까치 꽃도, 광대나물 꽃도 보인다. 지칭개 싹도 지천이고. 막내랑 교문 앞까지 같이 걸어가서는 학교 앞에서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일부러 구불구불 코스를 만들어 돌아온다. 돌아와서는 출근해야 해서 마음은 바쁘지만, 그보다 더 바쁜 건 봄으로 향한 눈길. 어제보다.. 2023. 3. 27.
<제95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세 번째_잔디(允) 진달래꽃봉오리가 분홍색인지 자주색인지를 놓고 아이들이 티격태격합니다. 대화라기보다 서로 주기만하는 것 같은 말이, 마치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의 의견이 맞는 듯, 결론이 나려하다가, 그래 보는 사람의 눈이 다르니 그 빛깔을 표현하는 말도 다를 수 있다며, 서로의 생각을 인정하는 듯 아닌듯한 끝을 내며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갑니다. 저물어가는 봄 햇살 아래, 꽃빛을 바라보며 우리가 함께 서 있다는 것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움임을 다시, 기억합니다. 캄캄하고 긴 터널을 느릿느릿 통과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요즘이지만, 한시적 무노동 무임금 시간을 살고 있지만, 이 시기를 통해 저를 돌아봅니다. 일상을 침범했다고 여겨지는 질병과 사람의 간극과 관계, 긴 시간 한 공간에서 함께.. 2020.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