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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위에서부는바람15

양파처럼 양파처럼잔디 ‘수치심과 1일’과 이후 하나의 버릇이 생겼다. 내 마음에 ‘수치심 나침반’이란 걸 장착하고 사람들을 보는 버릇. 나를 포함하여, 아니 나를 제일 앞자리에 두고. ‘수치심의 나침반’은 우리가 수치심을 느끼는(당사자가 감각하지 못한다하더라도) 어떤 상황 속에서 우리가 에너지를 쓰는 네 방향이 있다라고 가정한다. 어쩔 수 없이 네 가지 방향 중에 한 꼭짓점에 가서 서있는 경우, 그 꼭짓점에 서서 파생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생각들이 우리를 온전하게 존재하는 상태를 깨뜨린다라고 본다. 우리는 원래 나침반의 중앙에 그려진 커다란 NEEDS(사람들이 품고 있는 보편적인 욕구-사랑하기를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 내 존재가 수용되기를 다른 존재를 수용하기를 바라는 마음, 내 존엄을 공동체 안에서.. 2024. 7. 26.
따뜻함을 바르기 따뜻함을 바르기 잔디 아침에 빨래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면 눈길 닿는 곳에, 한 아름 초록 이파리와 함께 아기 손톱만한 소국 꽃봉오리가 며칠째 앙증맞은 주먹을 꼬옥 쥔 채 벌리지 않다가, 오늘은 엄지손가락 한 개를 조심스레 펴듯 살짝 노란 빛깔을 보여주었다. 서늘한 가을바람 안에서, 한낮엔 바람도 어쩌지 못하는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서. 어떤 노랑을 보면 웃음이 나오고, 어떤 노랑을 보면 눈물이 흐를 텐데 올해 소국이 보여주는 노랑을 만나면 어떤 감정이 나에게서 발견될까 궁금하다. 몇 번을 들어도 어색했던 강사와 아무리 무료강의라도 화면으로 마주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불편하여 들어가지 말까, 들어갈까 망설이다 그래도 한 문장은, 그래도 한 단어는 하는 기대를 가지고 귀에.. 2023. 10. 25.
저마다 별을 품고 저마다 별을 품고 잔디 들판이 가을빛으로 흔들리고, 크고 작은 나팔꽃과 여뀌, 고마리, 쑥부쟁이, 익모초꽃이 바람 따라 피어나는 지금, 나의 부엌, 작은 창가에서는 백정화가 자라고 있다. 봄에, 한 달에 한 번 서는 마을장터에서 만 이천원을 미니선생님에게 주고 안고 왔다. 흰 꽃이 피어서 백정화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고 하는데, 아직 꽃은 만나지는 못했다. 꽃말은 관심, 당신을 버리지 않겠어요, 라고 하는데, 두메별꽃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어서 꽃이 참으로 궁금하여 가끔 물을 흠뻑 부어주며 기다리고 있다. 꽃모양과 꽃향기가 궁금하다. 설레인다. 그 화분 옆에는 로즈마리가 자라고 있다. 로즈마리는 5월엔가 막내가 엄지손톱만한 로즈마리를 삽목하여 들고 왔는데 코코넛 껍질로 만든 화분 안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2023.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