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세 번째_잔디(允)
진달래꽃봉오리가 분홍색인지 자주색인지를 놓고 아이들이 티격태격합니다. 대화라기보다 서로 주기만하는 것 같은 말이, 마치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의 의견이 맞는 듯, 결론이 나려하다가, 그래 보는 사람의 눈이 다르니 그 빛깔을 표현하는 말도 다를 수 있다며, 서로의 생각을 인정하는 듯 아닌듯한 끝을 내며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갑니다. 저물어가는 봄 햇살 아래, 꽃빛을 바라보며 우리가 함께 서 있다는 것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움임을 다시, 기억합니다. 캄캄하고 긴 터널을 느릿느릿 통과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요즘이지만, 한시적 무노동 무임금 시간을 살고 있지만, 이 시기를 통해 저를 돌아봅니다. 일상을 침범했다고 여겨지는 질병과 사람의 간극과 관계, 긴 시간 한 공간에서 함께..
2020. 4. 28.
<제67호> 겨울 햇살..._잔디(允)
❆ 입동 지나 어느 날 아침.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았다. 서리 속에서도 오롯이 서 있는, 작은 미역취꽃을, 이른 아침 만나며... 그리 살을게. 그리 살자. 기운 내자,...싶었다. ❆ 지나간 여름날, 강원도 옥수수 맛보라고 보내주신 외할머니께, 아이가 보낸 다정스러운 문자를 혼자 읽으며, 입꼬리가 올라간다. 할머니, 양도 많고 맛있어요. 옥수수 알갱이 하나하나 만큼 감사합니다...라는 짧고 긴 문장을 읽으며, 내 마음에도 퍼져오는 고마움... ❆ 김장하고 난 다음 날, 팔은 뻐근하고, 허리는 욱신하고, 어깨는 무거운데 뜨끈한 아랫목에 등 대고 누우니 더 바랄 것 없다. ❆ 아이와 자전거를 탄다. 초겨울 오후 햇살이 서늘하다. 아이의 손은 찬 바람에 빨갛게 물들었다. 아이가 달린다. 바람을 가르며... ..
2019.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