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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사랑하며49

<제73호> 엄마에게_정미진(청주 KYC 활동가) 엄마에게 소원이 있었다. 둘째 남동생이 태어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엄마 무릎에 누워 있을 수 있는 때였는데 그 순간은 엄마가 귀를 파줄 때나 내가 잠에서 깨어날 때 찾아왔다. 그 때마다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의 소원을 이야기 해주곤 했는데 이상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이 아플 때면 나에게 나긋이 말하던 소원이 머릿속에 맴돌곤 했다. 우리 엄마의 소원은 내가 ‘엄마처럼 크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엄마에게 보내는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여성으로서 홀로서려는 역동과 관계가 있다. 돌아보면 나는 엄마를 참 답답해했다. 지금에서야 정확히 표현하자면 가정이란 울타리 속에서의 엄마의 모습을 답답해했다고 말해야겠다. 엄마는 여성에게 부여되었던 역할을 성실히도 이행했다. 좋은 며느리가 되기 위해 부.. 2019. 10. 1.
<제69호> 내가 해봐서 아는데… _이병관(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MB의 명언(?)으로 유명해진 ‘내가 해봐서 아는데’는 내가 어릴 때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 중 하나였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충효사상(!)을 배운 몸인지라, 나도 기본적으론 어른을 공경하고, 어른들의 오랜 경험에서 배울 게 많다는 점은 인정한다. 아무리 빅데이터가 대세이고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라지만, 인간의 경험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도 분명 있다. 내가 이 말을 싫어했던 이유는 어른들의 경험에서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그 경험을 나는 결코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고, 그런 비슷한 경험조차 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경험했던 자의 우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내가 했던 일이라곤 학교와 집을 왕복했던 게 대부분이고(입시학원을 안 다닌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2019. 10. 1.
<제67호>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선 나쁜 것도 받아들여야_이병관(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나는 수박이나 파인애플, 귤 같은 과일이 아니면 그냥 껍질도 먹는 편이다. 우리 집은 농사를 짓기 때문에 과일에 얼마나 많은 농약을 치는지 잘 알고 있다. 껍질을 까서 먹으면 과일을 껍질째 먹을 때보단 무언가 해로운 성분을 섭취할 확률이 적어질 것이다. 대신 껍질에 들어있는 유익한 성분을 섭취할 가능성도 0%가 된다. 나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껍질에 들어있는 유익한 성분을 함께 먹는 쪽을 택하고 있다. 비록 잔류농약이라든가 안 좋은 걸 함께 먹게 되겠지만, 잃는 것보단 얻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사실 껍질을 까는 것, 그리고 깐 껍질을 처리하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껍질째 먹는 것이지만, 지금은 이런 거창한 이유를 붙이고 있다. 2005년 ‘김일병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던 비무장지대 초소는.. 2019.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