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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마음거울93

사랑하는 별 하나 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가슴에 화안히 안기어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우러러 쳐다보면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길을 비추어주는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 물방울 우주(황금북, 2002) 2024. 8. 26.
꽃을 보는 법 꽃을 보는 법  복효근  꽃이 지고 나면 그뿐인 시절이 있었다꽃이 시들면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던 시절나는 그렇게 무례했다 모란이 지고 나서 꽃 진 자리를 보다가 알았다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다섯 개의 씨앗이솟아오르더니 왕관 모양이 되었다화중왕이라는 말은꽃잎을 두고 한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모란꽃은 그렇게 지고 난 다음까지가 꽃이었다 백합이 지고 나서 보았다나팔 모양의 꽃잎이 지고 수술도 말라 떨어지고나서 암술 하나가 길게 뻗어 달려있다꽃가루가 씨방에 도달할 때까지 암술 혼자서긴 긴 날을 매달려 꽃의 생을 살고 있었다 꽃은 그러니까 진 다음까지 꽃이다꽃은 모양과 빛깔과 향기만으로 규정되지 않는다사람과 사랑이 그러하지 않다면어찌 사람과 사랑을 꽃이라 하랴 생도 사랑도 지고 난 다음까지가 꽃이다    - 고요한 .. 2024. 7. 26.
가장 위험한 동물 가장 위험한 동물 이산하  몇년 전 유럽여행 때어느 실내동물원을 구경했다.방문마다 사슴, 늑대, 사자, 악어 같은동물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마지막 방문에는‘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이라고깊이 새겨져 있었다.호기심에 얼른 문을 열었다.그런데 방은 텅 비어 있었고 정면 벽에커다란 거울 하나가 걸려 있었다.내 얼굴이 크게 비쳤다.    - 악의 평범성(창비, 2021) 2024.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