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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16

<113호> 어머니와 잔디_잔디(允) 절벽에서 어깨에 시멘트를 혹은 널빤지를 메고, 널빤지 위를 한 발 한 발 걷는 잔도공을 본다. 중국의 아름다운 절경에 위험하지만,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만드는 사람들. 땅 위에서 1400km 위의 지점에 그들의 직장이 있다. 하늘이 주신 직장이라 고맙다 말하며, 발아래에는 바로 낭떠러지인 그 좁은 길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발 디딜 곳을 발바닥으로 짚어가며 일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러다 한 사람을 떠올린다. 나의 어머니. 학교 가려면 가방 찾아 헤매다 결국은 집에서 동생들을 돌보아야 했던 그 사람. 가방을 숨겨둔 사람은 그의 어머니. 첫 출산 때, 동네 산파 역할을 하던 어머니를 믿고 있다가, 숨어버린 어머니를 기다리다, 급히 택시를 불러 조산원으로 가서 출산했던 그 사람. 앓는 어머니.. 2021. 9. 30.
<112호> 세현과 잔디_잔디(允) 풀어도 풀어도 여전히 어딘가로 들어가지도 못한 짐과 짐 사이를 산책하듯, 거닐고 있을 무렵 그에게서 문자가 도착하였다. 오늘 출발할까요? 아, 그가 휴가를 맞아 나에게 온다고 했었지... 늘 혼자 보내던 휴가를 잠시, 나와 함께 보내고 싶다고 했었지... 일정을 서로 확인하고, 아이들이 격주 토요일 마다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마치자마자 돌아오고, 남편과 비내리는 날의 짧은 데이트도 잠시 즐기고, 저녁을 잘 먹지 않는 그이지만, 저녁 식사로 옥수수 한 개를 먹고 싶다하여, 돌아오는 길에 옥수수를 구입하고, 서둘러, 드디어, 오후 여섯 시쯤 마당에 먼저 도착한 그와 만나, 눈으로 먼저 인사하고,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스물 세 살 여름에 만나, 스물 다섯 살 겨울이 될 때까지 때때로 만나 서로를 나누던 그와.. 2021. 8. 30.
<111호> 아버지와 잔디_잔디(允) 느린 걸음으로 다가서고 멈추어 서서 바라보며 난 작은 꽃으로 살고 싶어 - 잔디 말하고 싶은 나와 하고픈 말을 삼키며 무거운 몸으로 온갖 말을 하면서도 목구멍까지 차오른,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서성이는 내가, 둘 다 내 안에 있다. 이 둘의 불일치는 나를 둘러싼 가족 공동체를 힘들게 했다고 나는 고백할 수 있다.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도 함께 힘들었음은 물론이다. 내 아버지와 행동 속도와 생각의 흐름이 매우 달라, ‘느려터진’, ‘물러터진’의 수식어를 아버지의 험한 입을 통해 내내 듣고 살던 나는, ‘공부’라는 도피처이자 놀이터에서 열심히 놀아 스무 살에 그의 슬하에서 겨우, 기어 나왔다. 그 이후 진정한 말하기와 사람에 관심을 두고(내 존재의 뿌리인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 2021.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