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96

<제48호> 깊게, 고요하게..._잔디(允) 바퀴처럼 내 자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며 스스로 나를 지탱해 가고 있어요. 그러니, 오 총명한 사람이여 당신 또한 너무 두려워할 것 없어요. 행복하기만 한 사람, 늘 불행하기만 한 사람 뉘 있겠소. 삶이란 바퀴의 테처럼 위로 아래로 늘 바뀌는 거 아니오? - 칼리다사의 「메가두타」중에서. 결국, 나는 내발자국 내며 여기까지 걸어왔다. 눈치 보며..... 착하고 싶다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대체적으로 모나지 않게 굴려고 노력하며, 속과 겉이 다르게, 아니 이 표현보다는 속에 있는 부분을, 생각을 드러내지 않으려하며, 드러내더라도 상대가 좋아할 방향으로, 내속이 편하기보다 웬만하면 상대가 속 편할 방향으로... 허나, 그 선택이 과연 상대를, 나를 편안하게 했을까?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던 빈 나뭇가지에.. 2020. 6. 16.
<제49호> 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_잔디(允) 초록이 무성해지면서 나는, 아주 작은 벌레를 예의 주시하고 무서워하고, 저녁 먹기 전에 아이들을 씻기면서 아이들의 몸을 관찰하고, 행여라도 아이들의 몸에 붙어 들어온 작은 벌레가 있으면 조심스럽게 그를 잡아 거칠게 없애고, 숲에서 빨리 걷기를 아이들에게 재촉하고 풀에 스치지 않기를 주의주고 그러고 있다. 숲에 사는 것을, 자연에 가까이 사는 것을 감사하며, 한편으로는 자연을 무서워하며 그리 지내고 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그 작은 벌레일까? 작은 벌레에 물려 가려워하는 아이를 보는 내가, 그 마음이, 어려운 것일까? 이제 너가 너를 보는구나 정진하렴... 응원하는 목소리들... 지금 네가 무척 힘들구나 어디에라도 가서 쉬면서 네 안을 잘 보고 오렴... 배려하는 목소리들... 그 목소리들을 뒤로 한 .. 2020. 6. 16.
<제96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네 번째._잔디(允) 길쭉한 마당 곁에 모과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의 초록 잎새가 아가의 앙증맞은 걸음마처럼 피어납니다. 곧 그 초록과 어울리는 어여쁜 꽃을 피워 제 마음을 두드리겠지요. 숲 속 여기저기에서 꽃망울을 띄우는 것은 산벚나무입니다. 나무마다 다른 꽃빛깔로 피어나는 모습을 보려, 유심히, 마음 주고 눈길 주어 보게 됩니다. 어느 동안은 저는, 나무가 되고 싶었어요. 나무처럼 한 자리에 서있는 그런 사람요. 그 꿈은 여전합니다. 한 자리에 줄기와 닮은 뿌리 내리고 서서 햇빛 받으며, 계절과 시간을 견디면서도 흐르는, 싹 틔움과 성장, 상실을 반복하는 존재. 가지 끝의 생명을 기르면서도, 자신도 자라는 것을, 오직, 햇빛과 하늘이 주는 물과 땅의 기운을 받아 그 과정을 반복하는 그런, 존재. 그 간결함으로.. 2020.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