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호> 깊게, 고요하게..._잔디(允)
바퀴처럼 내 자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며 스스로 나를 지탱해 가고 있어요. 그러니, 오 총명한 사람이여 당신 또한 너무 두려워할 것 없어요. 행복하기만 한 사람, 늘 불행하기만 한 사람 뉘 있겠소. 삶이란 바퀴의 테처럼 위로 아래로 늘 바뀌는 거 아니오? - 칼리다사의 「메가두타」중에서. 결국, 나는 내발자국 내며 여기까지 걸어왔다. 눈치 보며..... 착하고 싶다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대체적으로 모나지 않게 굴려고 노력하며, 속과 겉이 다르게, 아니 이 표현보다는 속에 있는 부분을, 생각을 드러내지 않으려하며, 드러내더라도 상대가 좋아할 방향으로, 내속이 편하기보다 웬만하면 상대가 속 편할 방향으로... 허나, 그 선택이 과연 상대를, 나를 편안하게 했을까?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던 빈 나뭇가지에..
2020. 6. 16.
<제96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네 번째._잔디(允)
길쭉한 마당 곁에 모과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의 초록 잎새가 아가의 앙증맞은 걸음마처럼 피어납니다. 곧 그 초록과 어울리는 어여쁜 꽃을 피워 제 마음을 두드리겠지요. 숲 속 여기저기에서 꽃망울을 띄우는 것은 산벚나무입니다. 나무마다 다른 꽃빛깔로 피어나는 모습을 보려, 유심히, 마음 주고 눈길 주어 보게 됩니다. 어느 동안은 저는, 나무가 되고 싶었어요. 나무처럼 한 자리에 서있는 그런 사람요. 그 꿈은 여전합니다. 한 자리에 줄기와 닮은 뿌리 내리고 서서 햇빛 받으며, 계절과 시간을 견디면서도 흐르는, 싹 틔움과 성장, 상실을 반복하는 존재. 가지 끝의 생명을 기르면서도, 자신도 자라는 것을, 오직, 햇빛과 하늘이 주는 물과 땅의 기운을 받아 그 과정을 반복하는 그런, 존재. 그 간결함으로..
2020.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