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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16

<103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열 번째. -상상 ; 내가 상상하는 것이 나를 끌어간다._잔디(允) 혼자만의 머릿속에서 빙빙 돌기만 하는 노래도, 동시도, 첫 단어, 첫 구절, 첫 소절 몇 글자, 몇 마디가 시작되면 그 시작을 따라 술술 노랫가락이, 재미난 표현이 따라 나옵니다. 내 안에 담겨있던 혹은 나에게 잠시 찾아온, 생각들이 노래가 되어, 동시가 되어 훨훨 날아다닙니다. 혼자 만들고, 부르며 철철 울다 완성되는 노래도 있고, 써놓고 혼자만 키득거리는 글도 있지만, 때론 위로가 필요한 어떤 이에게 들려주고는, 그의 눈물을 닦습니다. 동시 백 편을 쓰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소문을 들은 후 매일 밤, 엄마 씻었어? 엄마 시 썼어? 라고 묻는 아이가, 엄마가 써놓은 짧은 시를 읽어보고는, 음~ 괜찮은데 하기도 합니다(뿌듯~!). 시 속의 표현과 일상의 상황이 만날 때, 시 속의 몇 구절을 동시에 읊조.. 2021. 1. 6.
<102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아홉째-아이에게_잔디(允) 두 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너의 일상, 안부를 묻는, 밤 전화를 하려다 생활관 전화기가 계속 통화중이고, 기다리다 시간은 흘러, 소등 시간이 되어, 밤 편지를 쓴다. 혹은 낙서를 한다. 멀리 있는 너를 생각하다 괜스레 불안한 생각이 시작되어, 생각에 생각이 넘쳐 나를 잡아 먹을까 두려워,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필로 종이에 끝없는 낙서를 하다가서는, 이 밤 잠이라도 푹 자기를 바라는 마음 쪽으로 낙서의 방향키를 돌린다. 사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끌고 와, 현재의 너의 생각과 생활을 다르게 바꿀 수도, 미래에 있었으면 하는 일을 잡아당겨 내 뜻대로 이룰 수도 없어. 그 부질없는 생각을 놓고 그저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지금 느낄 수 있는 것을 느낀다. ‘몽당연필을 손에 쥐고 .. 2021. 1. 6.
<제101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여덟 번째. _잔디(允) 아직 열지 않은 초록 꽃봉오리를 기다란 줄기 끝에 달고 있는 구절초.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공기 속에서 노란 꽃을 활짝 피우고, 그 어느 때보다 줄기도 왕성히 뻗고, 동글동글한 열매도 제법 맺는 호박. 오솔길을 오가며 드물게 만나는 도토리 한 알, 두 알. 혼자서 단풍 드는, 거실에서 마주 보이는 벚나무의 나뭇잎. 가지가 둥글게 휘어지도록 초록 열매를 달고 있는 모과나무. 뭉게뭉게 보송보송 연일 다른 그림을 그리는 하늘. 뾰족뾰족 봄의 새순처럼 돋아나 자라는 푸릇한 쪽파. 봄에 빨간 모자를 쓰고, 밭 한가운데에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 의지하여 앉아 계시던 콩밭 할아버지의 오전 여덟시 삼십 이분의 아침 산책. 반짝이는 초록 이파리 사이의 연두 빛 대추 열매. 바람에 흔들리며 살랑거리는, 빨랫줄에 달린 수건.. 2020.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