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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13

<100호> 숨에게_잔디(允) 이천 십 삼년 4월의 첫 산위바람을 찾아 읽어보았어요. 아기 기저귀를 빨랫줄에 널 듯, 마음을 하늘에 널고 있는 저와 산 위에서의 일상을, 사소함을 나누고 싶다고 고백하는 저를 읽었어요. 그 아기는 열 살이 되었네요. 시간이 쌓이는 만큼 차곡차곡 쌓여가는 말에 눌려 그만 말하고 싶다 생각한 적도 많았어요. 기운 내려 꾸역꾸역 먹는 밥처럼 말을 꺼내는 날도 있었고, 꺼내지 않아도 후루룩 후루룩 국수 먹듯 유유히 말이 흘러나오는 날도 있었지요. 한 땀 한 땀 쓰다 보니 여기에 와 있습니다. 도착과 동시에 다시 떠나지만, 동시에 머무르는 이곳에. 가벼이 읽고, 홀가분하게 한 순간 건너가시기를 바라는 마음 담아 쓰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쓰기도 하고, 팍팍한 일상에서 오레가노나 .. 2020. 9. 1.
<4호> 내 생애 첫 연필_잔디(允) ‘참 소중한 나’ ‘나는 진실하고 정직합니다.’ ‘마당에 봉숭아꽃이 한창입니다.’ ‘어제는 소나기가 내렸다.’ ‘오늘 아침 텃밭에 들깨모종을 하고 학교에 왔다.’ 우리 배움터 학습자분들이 요즘 익히고 계신 문장이다. 우리 배움터 학습자분들의 평균 나이는 칠십육세쯤 될 것이다. 그 분들은 나의 학생이시자 스승이신 분들, 나의 어머니이시자 우리들의 어여쁜, 사랑스러운 어머니이신 분들...... 우리집 큰 아이가 첫 돌을 맞이할 즈음 시작한 이일을 그 아이가 열 살이 된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거의 팔 년이란 시간을 어머님들과 배움을 함께 하고 있다. 도시살이에서 농촌살이로 삶의 주 공간을 옮길 때 우리 부부가 가졌던 꿈은 적은 양이더라도 자급자족하기, 부모님의 배려 덕분으로 가졌던 우리의 배움을 ‘문화나 교육.. 2020. 8. 7.
<2호> 지금 여기에서..._지나 이곳 어르신들께서 말씀하신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라고... 한해를 지나고 보니 풀은 정말이지 잘도 자란다. 전쟁이란 표현을 쓰시는 어르신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나는 풀이 너무 예쁘다. 풀꽃은 더더욱... 이분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속의 폭력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영성적인 시 한편을 선사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곳으로 온지 이제 일 년이 되었다. 도시에서 여기 땅으로 처음에 왔을 때 살림살이는 비닐하우스에 넣어두고 컨테이너 두 대에서 생활을 시작하였다. 생활용수는 우물에서 끌어와 사용하고 목욕은 야외에서 달빛보며.... 그렇게 땅위의 삶이 시작되어 농부라는 이름으로 포도밭을 일구고 소량이긴 하지만 먹거리로 콩, 참깨, 들깨, 땅콩, 고구마, 배추,.. 2020.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