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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13

<제46호> 건너가는... 시절아_잔디(允) 입춘, 우수가 지나가니 밤이면 달이 점점 커지고, 아침마다 맞는 공기 속엔 봄이 숨어있다. 남편은 동트기 전 홀로 산책하다 돌아와, 식구들 추울까봐 난로에 둥그런 땔감을 넣으면서는 “봄이야, 봄”을 이야기한다. 산수유나무 노란 꽃망울 터트릴 그런, 봄이 여기 있다. 목련 겨울눈을 보며 하얀 꽃을 그리며 설레는 마음이, 여기 있다. 그 봄으로 건너가는 이 시절,.. 겨울동안 우리가 지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재미난 옛날 이야기하듯, 가볍게... 아침엔 종종 해님이 떠오르는 시간까지 조용히 누워있기도 하고(한밤중에 누군가 일어나 난롯불이 커지지 않도록 땔감을 한 개씩은 넣고 보살펴야하니...), 밤엔 옹기종기 다닥다닥 붙어 다리 쭉 펴고 누워 영화를 한 편씩 보고, 잠깐씩 영화 이야기도 나누었다(아이들은 원.. 2020. 6. 16.
<제47호> 봄맞이_잔디(允) 1 친정어머니와 오손도손 , 첫돌 맞은 아기를 안고, 대화하는 친구를 보며 생각했다. 내 어머니를 몇 번이나 몇 날이나 더 만나게 될 수 있을까?...... 2 자그마한 키에 자그마한 가방을 들고, 자그마한 지팡이를 짚고, 그 가방 속에 꽃씨며 집에 있는 꽃모종, 울타리콩 씨, 꽃양귀비 씨앗을 나누어 주려고 애쓰시던 할머니가 계셨다. 당신이 드시던, 집에 모아둔 약봉지와 신문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종이까지 준비해 오셔서 정성스럽게 나누어 주시던 한글 배움터 어머니... 그분께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배움터의 한 어머니께 전해 들었다. 며칠 전 당신 외출 길에 행렬이 길어 물으니 자세히 이야기해 주더라. 세 번째 담석제거수술을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하고, 내려와 청주 딸네 집에서 머물다 갑자기 몸이 안 .. 2020. 6. 16.
<제48호> 깊게, 고요하게..._잔디(允) 바퀴처럼 내 자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며 스스로 나를 지탱해 가고 있어요. 그러니, 오 총명한 사람이여 당신 또한 너무 두려워할 것 없어요. 행복하기만 한 사람, 늘 불행하기만 한 사람 뉘 있겠소. 삶이란 바퀴의 테처럼 위로 아래로 늘 바뀌는 거 아니오? - 칼리다사의 「메가두타」중에서. 결국, 나는 내발자국 내며 여기까지 걸어왔다. 눈치 보며..... 착하고 싶다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대체적으로 모나지 않게 굴려고 노력하며, 속과 겉이 다르게, 아니 이 표현보다는 속에 있는 부분을, 생각을 드러내지 않으려하며, 드러내더라도 상대가 좋아할 방향으로, 내속이 편하기보다 웬만하면 상대가 속 편할 방향으로... 허나, 그 선택이 과연 상대를, 나를 편안하게 했을까?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던 빈 나뭇가지에.. 2020.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