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호> 기억_잔디(允)
* 심심한 집에서, 고양이 다섯 마리에게 저마다 이름을 붙여주고, 기르던 아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몸이 점점 부어와 결국에는 백 킬로그램 가까이 된 몸 휠체어에 기대어도, 삶의 이곳저곳 여러 손길에 기대어도, 작은 부딪힘이 두려워 조심해 주기를 부탁하던 아이가 일주일 만에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 태어날 때부터 병을 갖고 있어 열 살까지는 살 수 있다고 병원에서 들었다던 아이는, 열일곱 해를 살았다 떠나기 일주일 전, 서로 하고 싶은 활동을 한 가지씩 하고나서 작은 쿠키 몇 조각을 서로 먹겠다고 농담하였으며, 코끼리 아저씨 가사를 바꾸어가며 부르곤 웃기다고 낄낄거렸다. 다음 만남에는 무엇을 하자며, 어두워지니 옷깃을 한껏 여미고, 무릎담요를 둘러주고, 안녕하였다. 그러고는...... 수..
2019. 10. 22.
<제78호> 詩月_잔디(允)
모과나무도..., 벚나무도... 화살나무도..., 다시, 단풍 든다. 아, 가을. 덥다고, 비가 많다고 말하던 어제는 지나가고, 아침과 밤 서늘함에, 거실 한 켠에 우리와 따뜻한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갈, 난로가 들어온, 오늘이, 왔다. 난로는, 4월에 나갔다, 10월에 들어왔으니, 일 년의 반절은 난로에게 기대어 사는 격이다. 난로 안에서 소멸하며 따스함을 뿜어내는 나무를 보며, 나의 소멸을 생각한다. 함께 공부하던 아이의 떠나감을 듣던, 8월의 마지막 날 이후, 간간이 가깝고, 먼 사람들을 떠나보낸 소식, 가깝고, 먼 사람들이 떠나간 소식을 듣는다. 홀로 세상살이를 견디어낼 누군가를 생각하다가 더 이상 그이가 불어주는 하모니카 소리를 함께 즐길 수 없음 이상의, 허전한 그이의 부재를 생각하며 슬퍼..
2019.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