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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13

<제49호> 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_잔디(允) 초록이 무성해지면서 나는, 아주 작은 벌레를 예의 주시하고 무서워하고, 저녁 먹기 전에 아이들을 씻기면서 아이들의 몸을 관찰하고, 행여라도 아이들의 몸에 붙어 들어온 작은 벌레가 있으면 조심스럽게 그를 잡아 거칠게 없애고, 숲에서 빨리 걷기를 아이들에게 재촉하고 풀에 스치지 않기를 주의주고 그러고 있다. 숲에 사는 것을, 자연에 가까이 사는 것을 감사하며, 한편으로는 자연을 무서워하며 그리 지내고 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그 작은 벌레일까? 작은 벌레에 물려 가려워하는 아이를 보는 내가, 그 마음이, 어려운 것일까? 이제 너가 너를 보는구나 정진하렴... 응원하는 목소리들... 지금 네가 무척 힘들구나 어디에라도 가서 쉬면서 네 안을 잘 보고 오렴... 배려하는 목소리들... 그 목소리들을 뒤로 한 .. 2020. 6. 16.
<제96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네 번째._잔디(允) 길쭉한 마당 곁에 모과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의 초록 잎새가 아가의 앙증맞은 걸음마처럼 피어납니다. 곧 그 초록과 어울리는 어여쁜 꽃을 피워 제 마음을 두드리겠지요. 숲 속 여기저기에서 꽃망울을 띄우는 것은 산벚나무입니다. 나무마다 다른 꽃빛깔로 피어나는 모습을 보려, 유심히, 마음 주고 눈길 주어 보게 됩니다. 어느 동안은 저는, 나무가 되고 싶었어요. 나무처럼 한 자리에 서있는 그런 사람요. 그 꿈은 여전합니다. 한 자리에 줄기와 닮은 뿌리 내리고 서서 햇빛 받으며, 계절과 시간을 견디면서도 흐르는, 싹 틔움과 성장, 상실을 반복하는 존재. 가지 끝의 생명을 기르면서도, 자신도 자라는 것을, 오직, 햇빛과 하늘이 주는 물과 땅의 기운을 받아 그 과정을 반복하는 그런, 존재. 그 간결함으로.. 2020. 4. 28.
<제95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세 번째_잔디(允) 진달래꽃봉오리가 분홍색인지 자주색인지를 놓고 아이들이 티격태격합니다. 대화라기보다 서로 주기만하는 것 같은 말이, 마치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의 의견이 맞는 듯, 결론이 나려하다가, 그래 보는 사람의 눈이 다르니 그 빛깔을 표현하는 말도 다를 수 있다며, 서로의 생각을 인정하는 듯 아닌듯한 끝을 내며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갑니다. 저물어가는 봄 햇살 아래, 꽃빛을 바라보며 우리가 함께 서 있다는 것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움임을 다시, 기억합니다. 캄캄하고 긴 터널을 느릿느릿 통과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요즘이지만, 한시적 무노동 무임금 시간을 살고 있지만, 이 시기를 통해 저를 돌아봅니다. 일상을 침범했다고 여겨지는 질병과 사람의 간극과 관계, 긴 시간 한 공간에서 함께.. 2020.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