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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96

<제95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세 번째_잔디(允) 진달래꽃봉오리가 분홍색인지 자주색인지를 놓고 아이들이 티격태격합니다. 대화라기보다 서로 주기만하는 것 같은 말이, 마치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의 의견이 맞는 듯, 결론이 나려하다가, 그래 보는 사람의 눈이 다르니 그 빛깔을 표현하는 말도 다를 수 있다며, 서로의 생각을 인정하는 듯 아닌듯한 끝을 내며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갑니다. 저물어가는 봄 햇살 아래, 꽃빛을 바라보며 우리가 함께 서 있다는 것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움임을 다시, 기억합니다. 캄캄하고 긴 터널을 느릿느릿 통과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요즘이지만, 한시적 무노동 무임금 시간을 살고 있지만, 이 시기를 통해 저를 돌아봅니다. 일상을 침범했다고 여겨지는 질병과 사람의 간극과 관계, 긴 시간 한 공간에서 함께.. 2020. 4. 28.
<93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하나.윤_잔디(允) 한 해가 지나갈 때마다 묻습니다. 계속 쓸까요? 괜한 글로 폐 끼치고 있지는 않는지 거듭 생각해보는 시간... 그 시간을 보내고 여지없이, 일상 속에서 짧게 혹은 깊이 공책에 연필로 서걱거리는 때를 되풀이하며 보냅니다.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어떤 글을 써볼까. 저의 시간과 그 시간을 통과하면서 지나온 마음을 쌓아 당신께 보낼, 지금을 맞습니다. 올해는 자음순서대로 단어를 모아 보내봅니다. 어찌될지 어떻게 풀어갈지 아직도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한 가지씩 써내려 가다보면, 그대에게 닿을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어느 시인이 마음사전을 펴내며, 저마다 자신의 사전을 펼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그 책을 낸다는 서문을 읽고서는 아~ 그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는 서투른 바람을 갖기도 하였습.. 2020. 1. 28.
<제92호> 하루 하루 감사_잔디(允) 요즘 나는, 하루 하루 아홉 사람과 감사 일기를 주고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와 연결된 타자들과의 감사를 주고받으며, 감사할 것을 찾기 힘든 날에도, 마음 저 밑바닥에 납작 엎드려있는 감사의 마음을 일으키기도 하고, 아~ 이렇게 감사 표현을 할 수 있구나, 이것을 감사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배우기도 한다. 감사함으로써 나에 대한, 상대에 대한, 세상에 대한 시선을 회복하거나 복원할 수 있다고 배웠다. 감사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나 의미가 여러 가지 있는데, 태어나면서 가졌던 자연스러운 본성을 회복하는 기회이며, 자기 자신에 대한 시선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작업이고, 내 안에 있는 살아있는 에너지와의 연결이 일어나는 만남이며, 세상이 나에게 보내는 선물을 발견하는 시선 회복의 과정,.. 2020.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