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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16

<110호> 보선과 잔디_잔디(允) 유월의 어느 월요일 아침. 식구들이 내려놓은 먼지를 닦는다. 그도 이 시간 이렇게 있을까 상상하며... 슬퍼하며 억지로 먼지를 닦지 않아도 괜찮은 지금을 맞이한 그에게 축하를 보내며... 슬픈 마음에 먼지를 닦더라도, 그런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는 마음 또한 자신 안에 있음을 발견한 것을 담뿍 축하하며... 혹은 먼지를 지금, 닦지 않고 있다가 닦고 싶을 때 닦기를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그를 토닥토닥하며... 그리고 또 혹은, 먼지 닦을 마음이 있는 식구가 있다면 그에게 명랑하게 청소를 부탁하고, 또 거절하는 식구의 거절도 가뿐히 듣,는, 마음에 도착한 그에게 갈채를 뜨겁게, 보낸다.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 그림책 표지에, 프레드릭의 말들이 정갈히 쓰여져 있는 사진 두 장이 나에게 날아왔다. 누가 책에.. 2021. 6. 28.
<109호> 풀과 잔디, 2_잔디(允) 봄이 와도, 여름이 와도,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아 겨울처럼 차갑고 힘들 때, 마음 들여다보듯, 한밤 조용히 앉아, 되풀이해서 보던 드라마가 있었다. 보고 있으면, 그냥 아프고 슬퍼서, 차라리 내 발걸음이 저 사람들보다는 깊이 아프지 않다는 것이 위안이 되는 그런 드라마였다. 드라마 속의 배우들의 독백이 시처럼 다가와, 가만가만 삶에 대해 읊어주는 것 같아, 어떤 문장은 한동안 가슴 속에 머무르며 위로가 되기도 하였다. 그 드라마 속에서 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 “엄마, 사랑이 뭘까?” 그 질문 끝에 바로 이어지는 이 노래. 그게 뭐든 궁금해 전부 구겨 놓은 기억들 매일 후회하고 매일 시작하는 사랑이란 고단해 사랑과 또 집착은 얼마나 다른 걸까 시간이 지나도 답이 없는 빈칸 사랑이란 궁금해 내일이 또.. 2021. 6. 1.
<108호> 작은 거인과 잔디_잔디(允) 우리 집 커다란 통창에 비친, 작은 과수원 너머에, 나란히 선 산벚나무 세 그루. 그중 가운데 서 있는 나무 혼자 꽃을 달고 있다. 작은 거인은 말한다. “쟤한테만 빛을 비추고 있는 듯 환허네.” 나는 ‘작은 거인의 정원’에 산다. 십일년째... 거의 매일 그 정원에 난 좁은 오솔길을 걸어 밖으로 나갔다 다시, 달빛 없이도 길을 찾아 걸을 수 있는 그 오솔길로 다시, 걸어들어온다. 두 손 가볍게 혹은 두 어깨 무겁게... 가끔은 마중 나온 막내를 맞이 하러 뛰는 발걸음으로... ‘작은 거인’은 자그마한 몸으로, 그가 말하는‘농장’,‘작은 거인의 정원’을 그의 남편과 함께 일구었다. 주로 소나무와 주목과 갖가지 낮은 꽃과 풀이 자라는 이 숲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먹이고, 보내는 과정을 이십 년쯤 .. 2021.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