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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13

<118호> 다시, 봄_잔디(允) 둘째 아이의 방. 그 방 왼쪽 귀퉁이에 놓여있는 연한 초록 책상. 그 책상 끝에 낮은 창. 그 창을 통해 바라보는 마을의 나란한 불빛들. 아주 가까운, 그리고 따뜻한. 무척 오랫동안 마주했던 풍경처럼 가깝다. 자전거를 타고 5분이면 닿는 작은 성당. 걸어서 5분이면 무언가 구입할 수 있는 작은 마트. 화요일마다 나오는 따뜻한 마을 두부와 콩나물. 출근하다 가끔 괜히 들르고 싶은 우리밀 빵가게 그리고, 그곳의 초콜릿 향이 진한 브라우니와 같이 마실 땐 돈 안받아 하며 손님 없이 한가할 때 커피를 함께 마시며, 나를 들어주는 모니카 언니. 아이들이 하교 후 어디 있나? 잘 있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돌봄 받을 수 있는 작은 도서관. 이 소소한 풍경을 맞이한 지 이제 여섯 달. 저 건너편의 마을의 불빛이 낯설지.. 2022. 2. 28.
<117호> 질문_잔디 나는 늘 궁금했다. 슬픔 없는 곳은 어디에 있는가? 상처 없는 밝은 영혼은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내가 가닿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나는 누구일까? 사람이 사람을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인 걸까? 나의 기나긴 슬픔은 어디에 도착하여, 어떻게 끝날 것인가? 그 끝이 있기나 한 걸까?... 한 생각은 다른 생각을 끌고 여기로 걸어 오고, 그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끌고 나를 저기로 데려갔으며, 그곳에서는 또 다른 생각이 달음박질 쳐서 급하게 이어져 결국에는 내가 더 노력해야하고, 그래서 완벽한 어떤 것을 계획하고,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조용히 숨죽이며, 완벽해져야한다고 다그치며, 완벽해지려고 안간 힘을 쓰고, 그래서 그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렇게,.. 2022. 1. 26.
<116호> 선생님과 잔디_允 봄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에 들어선 지금, 돌아보니, 짧지 않았던 시간동안, 마치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나를 자주, 들여다 보아왔던 것 같은 그 누군가가 나를 보아주었다. 살면서 너무나 그립고, 또 그리웠던 시선으로 나를 보아주시면서. 4월 둘째 주까지도 우린, 서로 모르는 사람이었으나, 셋째 주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로 지내 왔다. 상담자와 내담자, 치유자와 상처 가득한 자, 그리고 듣는 자와 말하는 자, 삶의 빛과 그림자를 해석해본 사람과 삶의 그림자 속에 서서 빛을 그리워하는 사람. 삶의 비밀을 이미 발견한 사람과 이제 발견하고 싶은 사람, 몸과 마음으로 안아주는 사람과 몸과 마음을 안기고 싶은 사람, 그리고 이미 사랑을 회복한 사람과 이제 사랑을 회복하고 싶.. 2022.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