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호> 풀과 잔디, 2_잔디(允)
봄이 와도, 여름이 와도,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아 겨울처럼 차갑고 힘들 때, 마음 들여다보듯, 한밤 조용히 앉아, 되풀이해서 보던 드라마가 있었다. 보고 있으면, 그냥 아프고 슬퍼서, 차라리 내 발걸음이 저 사람들보다는 깊이 아프지 않다는 것이 위안이 되는 그런 드라마였다. 드라마 속의 배우들의 독백이 시처럼 다가와, 가만가만 삶에 대해 읊어주는 것 같아, 어떤 문장은 한동안 가슴 속에 머무르며 위로가 되기도 하였다. 그 드라마 속에서 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 “엄마, 사랑이 뭘까?” 그 질문 끝에 바로 이어지는 이 노래. 그게 뭐든 궁금해 전부 구겨 놓은 기억들 매일 후회하고 매일 시작하는 사랑이란 고단해 사랑과 또 집착은 얼마나 다른 걸까 시간이 지나도 답이 없는 빈칸 사랑이란 궁금해 내일이 또..
2021. 6. 1.
<107호> 그의 꽃자리를 기억함. _ 잔디(允)
진달래꽃 봉오리, 다시, 활짝 반짝이는, 지금, 한달 전에 돌아간, 그를 생각한다. 이숲에 피어있는 꽃이 없는 시절에도, 속절없이, 꽃자리를 남기고 떠난, 함께 앉아, 막걸리 잔 기울일 수 없는 거기로, 여행 떠난, 그가 남기고 간, 소리 없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아주 가끔 조우하던, 그를 자꾸, 생각한다. 이십년 전의 어느 날, 남편이 그와 만났고, 친환경농사를 짓는 마을로 가자하였다. 그곳으로 가서, 농사도 짓고, 마을 어른들과 마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자고 하였다. 어쩌면, 그에게 기대어(그래도, 마음 나눈 사람이 마을에 산다는 것은, 아주 든든하기에…) 그리고 우리는, 그 마을의 작은, 첫 집으로 깃들었다. 가끔 그의 귀틀집 거실에 앉아, 부부 네 명이 마주 보고 앉아, 막걸리와 함께 수다하였고..
2021.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