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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113

<126호> 비와 거미줄 비와 거미줄 允 무작정 애쓰며 사는 것이 목표이던 때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기보다 나를 억누르는 방식이어서 어제도 슬펐고, 오늘도 슬프고, 내일도 슬플 예정의 흐름이었다는 걸 긴 시간 공부하면서도 알 수 없었다면, 한 2년 사이, 겉으로만 하던 공부를 (물론, 이렇게만 말하기 어려운 시간들이지만) 더 깊이 하게 된 이후, 이곳저곳에서 다시, 자기 사랑하는 공부를 하고 있는 시절인연이 내 주위에 응집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간에도 그 인연들은 나를 돕고 있었겠지만, 이제 그 인연을 알아보고 그 인연들 사이에서 공부하고 알아듣고, 일상에서 그것을 살아보고 넘어지고, 다시 그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며 다시 사는, 내가 좋다. 그걸 내가 볼 수 있어 좋다. 다섯 번의 선교사님들과의 피정을 마쳤다... 2022. 10. 27.
별 것 아닌 ​별 것 아닌. 잔디 친구와 세상을, 일상을 살며 깨달은 사소한 부분들을 신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그의 경험과 나의 현실이 맞닿아 있어 더 신나고, 친구가 스스로를 깊이 사랑하며, 참사랑으로 자신을 보듬는 모습에 눈물이 나기도 하고, 내가 뭐라고 나에게 그 귀한 경험을 들려주나 내가 들을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다가, 그 사랑의 본질을 알아듣는 내가 기특하고 친구의 깨달음에 공명한다는 사실이 기쁘고, 편안하여서 울컥 눈물이 나기도 한다. 헌데, 거기까지인 날이 있다. 아니, 허다하다. 그저 거기까지여서 뒤돌아보면, 현실은 늘 그렇다. 다 먹고 난 빈 요구르트병은 책상 위 모니터 앞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고, 이 집엔 물컵 하나 설거지하는 사람이 없으며, 아이는 일주일 전에 약속한 오늘 함께 하기로 한 일정에 .. 2022. 9. 26.
<124호> 위로_允(잔디) 어쩔 수 없이 머뭇거릴 때가 있다. 지금까지 듣거나 공부해 온 훌륭한 정보나 지식이 내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하고 머릿속에서만 빙빙 돌거나, 하려고 하는 말이 목까지 차올라 있지만 그저 거기까지 일 때, 20분 전까지 부르던 노래의 첫 음이 기억나지 않아 발표 순서가 시작되어도 발표를 시작하지 못해 이마에 땀만 흐를 때, 내 딴에는 이리저리 궁리하며 열심히 쓴다고 쓰고 퇴고도 했는데, 무얼 썼는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들을 때 그래서, 내가 본 것을 독자도 똑같이 볼 수 있게 쓰세요 라는 문장이 무슨 문장인지 알지만, 그렇게 쓰려고 했지만 그곳이 어디인지 몰라 가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일 때, 원고를 쓰긴 써야 하는데 하고 싶은.. 2022.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