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120 가을, 오면 가지말아라. 혹독한 계절은 언제나 겨울이어야 했다. 엄동설한이 대개의 인간에게 상징하는 바가 있다면 호된 고통이었다.봄은 낮잠처럼 나른하고 여름은 파리처럼 성가시고 가을은 푸욱 익어가는 계절이었고 그렇게 확신에 차서 맴맴 도는 계절이 영원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언제나 그러할 거라고 진심 믿었었다...인간의 믿음이란 얼마나 하찮은 결말로 끝나는지 영영 모르고 살고 싶었는데.백 년도 못 사는 마음이 영원한 믿음을 품는다는 것부터 하찮다.생애에서 가장 혹독한 여름(살아있는 한 매년 갱신할 혹독함)을 견디고 몸과 마음에 새겨진 빗금이 처절하게 선명하다. 올 여름에는 차라리 죽을 때까지 엄동설한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다가도 어찌 어찌 살아내고 시간이 흐르니 너무나 뻔하고 말짱한 한 줄기 선선한 바람.. 2026. 9. 28. 내탓이오의 무지 여름이고 여름이었으며 여름이다. 폭염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다.세 번의 여름이 한꺼번에 몰려온 여름이라고. 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 있다는 예언은 저주가 아니라 현실이다.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누가 이렇게 했을까?온열질환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탓은 아닐게다.밭에서, 공장에서, 아스팔트 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탓은 아닐게다.무턱대고 ‘내탓이오’라고 하지 말기를.입발린 ‘내탓이오’는 무지다.허울뿐인 제도와 체제에 면죄부를 주고 자본과 권력의 야합을 정치와 법치, 먹사니즘으로 회칠하며 국민 모두를 두루두루 고루고루 공범임을 가스라이팅 하는 무지.허벌나게 더워도 양복을 벗지 않는 사내들과 전쟁과 학살을 멈추지 않는 사내들과월가의 사내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사내들과AI 메가 특구 앞에 90도로 절 하는 .. 2026. 8. 25.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건에 이어 배재고 야구부의 탱크데이 혐오 응원 사건이 발생했다. 숨 쉴 때마다 터져나오는 혐오의 모방과 일상화. 정용진은 일부 경영진을 희생양으로, 일선에 있는 노동자들을 볼모 삼아 내키지 않는 사과로 모면했으며 배재고 야구부는 동문과 학부모들의 사과 행렬과 앞길이 구만리 같은 선수들의 미래를 앞세워 6개월 출전정지에서 1개월 출전정지로 하나마나한 징계로 모면했다. 법과 규정은 어느 때 어느 집단인가에 따라 무용해진다. 무자비한 행위에 따른 응당한 책임을 지지 않고 이해와 자비를 구걸하는 무법자들이라니.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이 말이다. 혐오의 일상화와 정의실현의 유보는 특권을 키우고 윤리의식을 마비시킨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개과천선이 있을리 만무한 세상. 정의 실현은 자본.. 2026. 7. 24. 이전 1 2 3 4 ··· 4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