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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606

<제48호>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더러운 악령이 어떤 사람 안에 들어 있다가 거기서 나오면 물 없는 광야에서 쉼터를 찾아 헤맨다. 그러다가 찾지 못하면 ‘전에 있던 집으로 되돌아가야지’하면서 돌아간다. 그리고 그 집이 말끔히 치워지고 잘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다시 나와 자기보다 더 흉악한 악령 일곱을 데리고 들어 가 자리잡고 살게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의 형편은 처음보다 더 비참하게 된다.”(루가 11.24~26) 한 가지를 깨달았다 해서 모두를 깨달았다는 망상 한 가지를 얻었다 해서 모든 것을 얻었다는 착각 한 가지를 통해 세상과 통했다는 교만 망상과 착각, 교만이 봄비에 청량해진 산하를 삼키지 않기를. 2020. 6. 16.
<제48호> 달라진 게 없는데 … 다시 봄이 왔다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아가가 아프다. 열이 나더니 콧물이 줄줄 흐르고 기침까지 한다. 작은 가슴이 그르렁 소리로 가득 찼다. 아가는 힘들어서 그런지 자꾸만 품속을 파고든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프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 모든 어미들이 왜 이렇게 말하는 지를 이제야 알겠다. 아가에 고통을 없앨 수만 있다면 정말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흔한 감기를 앓는 아가를 지켜보는 것도 이리 마음 아픈데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엄마들은 대체 어떻게 살아내고 있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잠 좀 못자고, 하루 종일 안고 업고 하는 일을 힘들다고 투정부리기가 민망하다. 다시 봄이 왔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이후 두 번째 맞이하는 봄.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이렇게 봄이 다시 왔다. 나는 잊고 지냈다. 세월.. 2020. 6. 16.
<제48호> 깊게, 고요하게..._잔디(允) 바퀴처럼 내 자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며 스스로 나를 지탱해 가고 있어요. 그러니, 오 총명한 사람이여 당신 또한 너무 두려워할 것 없어요. 행복하기만 한 사람, 늘 불행하기만 한 사람 뉘 있겠소. 삶이란 바퀴의 테처럼 위로 아래로 늘 바뀌는 거 아니오? - 칼리다사의 「메가두타」중에서. 결국, 나는 내발자국 내며 여기까지 걸어왔다. 눈치 보며..... 착하고 싶다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대체적으로 모나지 않게 굴려고 노력하며, 속과 겉이 다르게, 아니 이 표현보다는 속에 있는 부분을, 생각을 드러내지 않으려하며, 드러내더라도 상대가 좋아할 방향으로, 내속이 편하기보다 웬만하면 상대가 속 편할 방향으로... 허나, 그 선택이 과연 상대를, 나를 편안하게 했을까?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던 빈 나뭇가지에.. 2020.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