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606 <제88호> 한국식? 같은 소리하네_이재헌(청년정당 우리미래) 당신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가로수의 큰 가지가 당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상상을 해본 적 있는가? 마른하늘에 번개 맞기처럼 불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 주변의 가로수들은 심한 가지치기나 수간에 충전재를 채워 넣은 처치(공동충전) 때문에 상당수 병들어 있다. 실제로 2015년 서울 사직공원에서 큰 가지가 떨어져 보행자가 다쳤다. 그리고 1700만원의 국가 배상 판결이 나왔다. 이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이기 때문이다. 지난 달 나무관리 일을 하는 나와 내 친구들은 나무외관을 보고 건강을 진단하는 전문가인 에릭(Eric Folmer, 미국 캘리포니아주 Merritt 대학 수목재배학 교수)을 초대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서울혁신파크 가로수들의 건강을 살피고 적절.. 2019. 10. 24. <제88호> 반_잔디(允) 반달. 어느 날에는 여위어가는 것처럼 여겨졌다가, 어느 날에는 커져만 가는 것처럼 여겨지는 모양새. 점점 커져 차오른다고 여겨질 때에는 내 마음도 차올라 충만하다. 야위어간다고 여겨질 때에는, 주방에 옅은 불빛 하나 켜두고, 잠이 든다. 가로등 하나 없어, 희미한 불빛조차 없는 캄캄한 숲속에서, 까만 밤 잠시 일어난 식구 중 누구도 넘어지지 말라고, 캄캄함 속에 길 잃지 말라고... 달디 단 편안한 잠 속에서는, 희미한 충만을 마음속에서 자가발전한다. 다시 반가이 맞게 될 반달을 기다리며. 반말. 다섯 살 아이가 지하철에서, 옆에 앉으신 할아버지께 “너는 이름이 뭐야?”라고 물었다. 아이엄마는 어르신께 양해를 구했지만, 아이가 자꾸 반말로 어르신께 말을 걸어 불편해서 다음 역에서 내렸다는 민망한 .. 2019. 10. 24. <제88호> 딴짓이 우리를 구원하리라_박현경(교사) 폭발 직전의 혹성을 탈출하는 기분으로 교무실 문을 나선다. 첩보원이 도청 장치를 만지듯 재빠르게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팟캐스트 재생 버튼을 누르면 흘러나오는 ‘매불쇼’나 ‘김현정의 뉴스쇼’ 또는 ‘검은 방’, 아님 뭐든. 아, 산소 같은 이 소리……. 나는 심호흡을 한다. 사실, 폭발 직전인 건 교무실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숨 쉬는 것까지 대학 입시를 위해 이루어지는 듯한 이 견고한 시스템의 한 부품으로 움직이노라면, 내 존재가 희미해져 가는 느낌에 숨이 가쁘다. 그리고 내 안엔 ‘딴짓, 딴짓, 이거 말고 딴짓!’이라는 강렬한 욕구가 부풀어 오른다. 좋아하는 방송을 통해 ‘다른 세상’과 교신하는 건 이 혹성을 벗어나며 가장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딴짓. 성적이나 입시가 아닌 ‘다른 세상’ 이야기에 .. 2019. 10. 24. 이전 1 ··· 146 147 148 149 150 151 152 ··· 20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