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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606

<제89호> 그렇게 그 집과 화해를 했다_박현경(교사) 그 집은 오랫동안 나의 콤플렉스였다. 부모님이 사랑과 정성을 다해 가꾸신 보금자리였고 엄마, 아빠, 언니, 나, 네 식구가 오손도손 일상을 일구는 소중한 터전이었건만, 나는 우리 집이 창피했다. 군산시 문화동, 언제나 바닥에 물기가 흥건한 재래시장 안 골목,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조그만 속옷 가게 앞 빈 점포, 그 내부를 살림집으로 개조하고 시멘트 블록으로 2층을 올린 집. 그 집은 볕이 거의 들지 않고 습기가 많아 곰팡이가 잘 생겼고, 그래서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방을 닦고 또 닦으셨다. 여름엔 찜통, 겨울엔 냉골이었다. 하지만 우린 그 집에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냈다. 책도 많이 읽고 그림도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같은 골목에 살던 유릿집 아이, 빵집 아이, 떡집 아이 들이랑 어울려 노는 것도.. 2019. 10. 24.
<제89호> ‘ㅁ’ 미음_잔디(允) # 마타리. 꽃마리나 꽃다지가 봄을 알리는, 아주 작아, 허리를 구부려 낮은 자세로 보아야 볼 수 있는 꽃이라면, 마타리는 키가 커서 마주 보고 서서 볼 수는 있으나, 노란 꽃망울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꽃이 작아 자세히 보려면, 마음 먹고 들여다 보아야 볼 수 있는 여름꽃이다. 여름 바람에 노란 빛으로 살랑살랑 흔들리는... 이제, 씨앗 맺었겠다. # 미음. 기력이 쇠한 상태에서 먹을 수밖에 없는 멀건 음식. 이 음식을 먹는 사람은 이 음식의 상태와 비슷하여서 회복을 기대하며, 옆에 있는 사람이 이 음식을 억지로라도 떠먹이면 마지못해 넘긴다. 연약한 사람이 먹는 연약한 음식. 정성들여 오래 끓여야하는.., # 무. 무는 그 어느때보다 가을무가 시원한 맛이 돈다. 김장하고 나서도 무가 남는다면 땅 속에 묻.. 2019. 10. 24.
<제88호> 우리 사회의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면 내 삶부터 변화를!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뉴라이트 역사관이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의가 한창일 때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그냥 무시했다. 논의 자체에 관심도 두지 않았으며 왜 저런 주장을 할까라는 성찰도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위안부를 두고 “성노예가 아니었다, 자발적으로 간 것이다.”라는 주장을 펴는 책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는 착잡하다. 때마침 라디오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내가 살아있는 증인이다”라는 절절한 외침을 들어서 더 그렇다. 최근에 후지이 다케시 칼럼집 『무명의 말들』을 읽었다. 후지이 다케시는 우리나라에서 역사 공부를 하고 강의를 하고 역사문제연구소 실장을 지내다 지난 2018년 일본으로 돌아갔다. 한겨레 신문을 보면서도 당시에는 그에 칼럼을 지나쳤다. 을 읽으면서 후회했다. 이렇게 좋은 .. 2019.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