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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793

<119호> 봄밤에 든 생각 _ 잔디(允) 오랜만에 호미를 잡았다. 빨래를 널을 때마다, 보이던 냉이를 캤다. 야무지게 호미질하여 하얗고 긴 뿌리까지 쑥 뽑아서, 캘 때마다 흙을 털고, 누런 잎까지 다듬어 곱게 바구니에 담았다. 냉이 옆에 피어난 망초잎은 쓰윽 베어 그 자리에서 다듬어 냉이 위에 다시, 얌전하게 포개어 놓았다. 그러고는 허리 펴고, 음식물 더미에 식사하러 온 냥이에게 말 걸고, 봄바람 사이에 서서 하늘을 좀 바라보다가 집에 들어와 냉이랑 망초잎을 여러 번 씻어 물에 소금을 한 꼬집 넣고 기다렸다가 팔팔 끓는 물에 넣어 데쳤다. 찬물에 얼른 헹구어 별다른 양념 없이 친정어머니의 간장, 들기름 한 숟가락, 참깨 좀 빻아 넣고 조물조물하여 봄을 먹었다. 지난해 여름 이사한 후, 처음 해보는 나물 뜯기와 나물 반찬이었다. 감개무량하였다... 2022. 3. 29.
<119호> 도움의 품격 (2) _ 박현경(화가) “……그렇게 미웠던 그 사람에 대해서 어느 순간 기적처럼 마음이 바뀌었어요.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까?’ 온통 그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힘든 사람이니까 내가 도와줘야겠다 싶었어요.” 남자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감격하고 있었다. 타인의 힘겨움에 대한 내 공감 능력이 꽤 자랑스러웠다. 그랬기에 당연히 “현경 씨는 역시 참 좋은 사람이에요.” 정도의 반응을 기대했건만, 남자친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놓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네?”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까만 생각하는 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어? 네?” “그 사람이 얼마나 즐거울까를 생각하는 게 그 사람에 대한 예의죠.” 처음엔 그 말이 섭섭하게.. 2022. 3. 29.
<119호> 구원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구원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봄은 온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위기가 봄의 길이를 너무나 짧게 줄여놓았지만 추위를 녹이고 더위를 준비할 시간이 아직은 남아있다. 봄은 온다. 우리의 권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잊은 채 혐오의 폭력을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가득 채워 보여도... 헌법의 원칙을 근거로 이동권이 부정당하고, 이동을 관장하는 공기업이 장애인권을 외치는 이들을 적으로 삼는 세상을 살아도... 봄은 오고야 만다. 3월, 봄의 문턱에서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2022.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