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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606

<제66호> 가을편지_잔디(允) 그대에게(BGM은 아이유님의 밤편지...) 가을날, 마음 한 자락 띄웁니다. 엊그제 남편과 딸아이와 막내와 함께 잠시 외출하였어요. 형님네 고구마밭에서 아이들과 고구마 캐는 사람풍경을 보며, 저는 따가운 햇볕 아래 평평한 땅에 한가하게 앉아있었지요. 그러다가는 전봇대 폭 만큼의 그늘을 발견하고는, 그 그늘에 얼굴을 가리고 앉아 풍경을 보았지요. 한결 편안하더이다. 몸을 아주 조금 움직여 전봇대 길다란 그림자를 벗어나면 얼굴에 와닿는 햇살의 따가움, 그늘로 들어오면 여유로움, 따가움, 여유로움, 그놀이를 반복하며 해님과 숨바꼭질, 물드는 산 풍경, 도란거리는 그들의 목소리, 불어오는 바람... 더 바랄 것없는, 가을날, 한가함이었어요. 문득 그아이 생각이 났어요. 이십년이 다되어가는 기억이니 그아이는 스무.. 2019. 9. 26.
<제66호>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기를..._이영희 회원(청주 원영한의원) 남편과 자주 가는 막걸리집이 있다. 무한 반복으로 흘러나오는 7080 노래가 무척 정겨운 곳이다. 그날도 기분 좋게 한잔 하던 차였다. 그런데 갑자기 옆 테이블에 있던 청년이 주사를 시작했다.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할 때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소주병을 집어던지는 바람에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같이 온 일행이 청년을 데리고 나가서 잘 마무리되긴 했지만, 마음이 상한 우리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술 취한 사람이 제일 무섭고, 주사 부리는 사람이 제일 싫어!” 궁시렁 궁시렁 하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큰아이가 평소보다 일찍 집에 와 있었다. 술 냄새가 솔솔 풍긴다. 친구들과 한잔 했단다. 요놈, 취했다. “엄마, 내 나이가 스물다섯인데, 아직까지 독립도 못 하고... 엄마 아빠한테 얹혀살고 있어서 너무 미안.. 2019. 9. 26.
<제65호> 불편하게 살아야 얻는 것들_이병관(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상황에 따라서 무언가를 수확하는 것은 노동이 되기도 하고 놀이가 되기도 한다. 아마도 그 일을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생계와 직접 연관되어 있다면 노동이고 그렇지 않으면 놀이에 가까울 듯하다. 우리 집은 사과 농사를 짓기 때문에, 비록 영세농가이지만 그 양이 만만치 않아서 사과 따는 일은 고된 노동에 해당된다. 반면 밤나무는 딱 한 그루 있는데, 밤이 많이 달리든 말든 돈 하곤 직접 관련도 없고 양도 적어도 그렇게 힘들지도 않다. 그래서 가을철 밤 줍는 일은 나름 여가활동에 해당한다. 올해도 밤을 주워서 삶아 칼로 직접 밤 껍질을 까서 먹었다. 그런데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예전과 생각이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 어릴 때는 밤 껍질을 손으로 직접 까는 행위를, 뭐랄까 .. 2019.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