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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606

펠프미 - 채식주의자를 읽고 2 인간과 폭력과 존엄을 생각해보다.이재헌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는 피가 떨어지는 생고기를 먹는 꿈을 꾸고 고기를 멀리한다. 그러한 영혜를 가족들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너무나 폭력적인 우리 사회는 자연도 사람도 착취해야만 유지되는 시스템이다. 그 속에서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육식에 거부가 일어나는 것도 무리가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이런 감수성은 우리가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지만 뿌리 깊은 가부장제에서, 자본지상주의에서 착취와 폭력을 멈추는 행위는 반란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무불꽃>에서 영혜는 영양섭취를 멈추고 나무가 되려 한다. 폭력을 행하지 않는 존재로 나무를 그린 듯하다. 우선 동의가 되지 않는 사소한 부분이 있다. 나무가 동물과 반대로 온전히 비폭력.. 2024. 12. 26.
연말결산 연말결산잔디 올해 늦여름, 문득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쓴 커피가 혀에 닿고 목구멍을 지나 식도를 거쳐 위장에 도착했을 때쯤, 몸에서 기억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 이 맛은 스무 살의 봄에 처음 맛본 자판기 블랙커피 맛과 닮았다. 물론 향은 에스프레소 쪽이 짙고 목 넘김도 훨씬 감미로웠으나 스무 살의 그해 봄, 아직 겨울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그때, 커피 맛을 잘 모르면서도 햇살 들어오는 동아리방에 혼자 앉아서도, 엄마랑 여섯 시간 떨어진 거리에서 처음 살게 되어 느끼는 알 수 없는 두려움 속에서도, 낯선 또래들과의 자유로운 대화에서도 백 원짜리 커피가 주던 잔잔한 위로는, 아직 커피보다 삶이 더 쓰다는 걸 알지 못했던 그때의 나를 지금 여기로 불러온다. 물론 쓴맛과 함께 어우러진 신맛과 약간.. 2024. 12. 26.
남태령에서 '연대'를 외치다 남태령에서 ‘연대’를 외치다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 1894년의 전봉준이 2024년의 남태령을 넘었다. ‘이겼다! 국민이 이겼다!’ 12월 14일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윤석열의 직무는 정지되었지만, 한덕수 권한대행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농민 4법을 비롯해 6개의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정부의 농업정책에 저항해 꼬박 일주일을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내달려 온 전봉준투쟁단은 12월 21일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의 차벽에 가로막혔다. 광화문과 종로 등에서 파면 촉구 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남태령으로 모여들었고 영하 6도의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 빼라” “차 빼라”를 외치며 밤을 새워 농민투쟁단과 함께하였.. 2024.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