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793 새끼발가락에게 들은 이야기 새끼발가락에게 들은 이야기 박현경(화가, 교사) 1.놓친 핸드폰이 왼발 위에 떨어졌다.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핸드폰 모서리에 세게 부딪힌 새끼발가락이 빨갛게 부풀었다. 지난 주 화요일 밤의 일이다.수요일과 목요일, 다리를 절었다. 새끼발가락 하나 다쳤을 뿐인데 균형 잡기가 힘들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왼발 전체가 아팠다. 앉아서 업무를 할 때도 욱신욱신, 내내 신경이 쓰였다. 하도 아파서 신발을 벗어 보니, 새끼발가락은 보라색이 돼 있었다. 새끼발가락을 다치니 온 신경이 새끼발가락에 집중했다. 늘 이런 식인 것 같다. 치아가 하나 아프면 온 신경이 그 치아에 집중한다. 손가락 하나를 다치면 온 신경이 그 손가락을 향한다. 몸 어딘가에 상처가 생기면 온 신경이 그 상처에 매달린다.조그만 환부에 그토.. 2026. 8. 25. 육아와 집안일의 정치학 육아와 집안일의 정치학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세상에는 수많은 일(work)들로 넘쳐난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불쉿잡(Bullshit Jobs)> 폭로한 것처럼 세상에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해악적이고, 철지난 권위주의의 옷깃을 세워주기 위한 ‘하나마나한 일’들도 넘쳐난다.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 가치를 스스로 폄훼하고, 냉소한다. 두 손 두 다리 멀쩡한 ‘회장님’이 차에서 내릴 때 차 문을 열어주는 이의 노동을 생각해보라. 육아와 집안일에 대한 아무리 많은 미사여구를 덧붙여보아도 일이고 노동이다. 다만 이 노동은 자본주의가 탄생하기 훨씬 이전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육아를 하고, 아내와 육아, 집안일에 관한 수다와 토론, 그리고 논쟁을 하다 보면 육아와 집안일을 .. 2026. 8. 25. 몸 기억 2026. 7. 24. 이전 1 ··· 3 4 5 6 7 8 9 ··· 2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