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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606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펠프미 2주년 축하합니다. 2021년 6월 30일 엄중한 코로나 시국에 네 명의 남성이 '펠프 미'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2년이 흐른 지금 '펠프 미'는 여섯 명의 남성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매월 1회 만남을 통해 페미니즘 관련 도서 15권을 읽었으며 후기를 작성, 기록, 공유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과정은 꾸준한 회심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성인 우리에게 내면화된 성차별주의, 가부장제적 사고와 행동을 직면하고 새롭게 거듭나기를 촉구하는 의례이기도 합니다. 7월, 펠프미 책은 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입니다. 새내기 태를 벗어나는 느낌? - 배상철 “레즈비언 관계가 이성애 관계만큼, 혹은 그보다 더 좋은 지는 두 사람이 동성이라는 사실로 정해지는게 아니다. 모든 관계에는 지배하는 쪽과 .. 2023. 7. 25.
나의 소원 - 정호승 나의 소원 정호승 내가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은 철도 기관사가 되는 일이다 서울역에서 승객이 가득 탄 기차를 몰고 멀리 여수나 목포로 떠나는 일이다 신의주로 양강도 백두산으로 떠나는 일이다 내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언젠가 꼭 한번은 가보고 죽어야 하는 인간의 진리의 길을 향해 침목을 깔고 나만의 선로를 놓아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든 새벽에 기관실에 높이 앉아 바다를 향해 달리는 일이다 차창을 스치는 갈매기와 섬들에게 손을 흔들고 바다에 내린 승객들로 하여금 수평선 위를 하루 종일 산책하게 하는 일이다 무인도에도 잠시 머물러 인생의 썰물과 밀물을 오랫동안 바라보게 하고 어느 봄날에 다시 기차를 몰고 평양을 지나 백두산역을 향해 달리는 일이다 백두산이 보이는 기관실에 높이 앉아 천지의 깊고 고요.. 2023. 7. 25.
“지금, 어때?” 툭, 톡, 탁. 잔디 어느 날, 딸 아이가 갑자기 ‘툭’ 말하였다. “ 내가 4, 5학년 때 엄마랑 아버지가 매일 싸워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언제 이혼하려나 불안하기도 했고.” 아,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말을 건네면서도 내 머릿속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흘렀다. ‘내가 언제 싸웠다는 것이지?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 내어 싸운 적이 없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그때의 나는 나와 힘(권력)이 엇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상대들에게 듣기 좋은 말은 자주 건넸지만, 상대가 들어서 불편하다고 여겨지는 말은 내 생각 속에서만 빙빙 돌리는 그런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딸 아이가 3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툭’ 하는 것을 듣고 나서는, 이 이야기가 나에게 걸어오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며칠 동안 곰곰 생각하였.. 2023.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