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980 <119호> 나를 돌보는 연습(2) _ 편안한 家 _동글이 매일 같이 잠들지 못하는 탓에 거실 한복판에 텐트를 치고 지낸 적이 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 하다는 것이 행복해서 텐트 속 집 꾸미기를 하며 꽤 즐거웠다. 꼭 텐트가 없더라도 종종 나를 편안하게 하는 장소는 내 집이 된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자동차 안, 머리끝까지 이불을 쓰면 생기는 어두컴컴한 시간. 꼭 독립된 공간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도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되는 순간은 내게 편안한 집이 되었다. 이제 나를 돌보기 위해서 꼭, 필요했던 ‘독립’을 하게 됐다. 독립 후 가족들과 대화하던 중 ‘분쟁이 일어났을 때 내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에 ‘늘 그렇듯 어떻게든 넘어 갔겠지.’ 라는 답변에 나는 꽤 큰 충격을 받았다. 중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 쓰고, 힘들어했던 시간.. 2022. 3. 29. <119호> 슬기로운 탐독생활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_ 이재헌(펠프 미 회원) 부제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우리는 말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응축된 외침의 돋보기 같다. 매일 타는 자동차 안전 설계에서, 누군가 인생을 걸고 준비하는 취업 면접에서, 그가 겨우 취업하더라고 하루 종일 머물러야 하는 사무실 온도설정에서, 그리고 제일 개인의 공간인 화장실 설치 규정까지, 여성들은 모든 곳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정확한 통계들이 나열된다. 여기의 데이터는 성중립처럼 보이는 사회의 모든 것에서 사실 성중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의 증명이기도 하다. 더 이상 남성만이 사회의 디폴트인 것을 반대한다. 디폴트에 여성을 추가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한 가.. 2022. 3. 29. <119호> 봄밤에 든 생각 _ 잔디(允) 오랜만에 호미를 잡았다. 빨래를 널을 때마다, 보이던 냉이를 캤다. 야무지게 호미질하여 하얗고 긴 뿌리까지 쑥 뽑아서, 캘 때마다 흙을 털고, 누런 잎까지 다듬어 곱게 바구니에 담았다. 냉이 옆에 피어난 망초잎은 쓰윽 베어 그 자리에서 다듬어 냉이 위에 다시, 얌전하게 포개어 놓았다. 그러고는 허리 펴고, 음식물 더미에 식사하러 온 냥이에게 말 걸고, 봄바람 사이에 서서 하늘을 좀 바라보다가 집에 들어와 냉이랑 망초잎을 여러 번 씻어 물에 소금을 한 꼬집 넣고 기다렸다가 팔팔 끓는 물에 넣어 데쳤다. 찬물에 얼른 헹구어 별다른 양념 없이 친정어머니의 간장, 들기름 한 숟가락, 참깨 좀 빻아 넣고 조물조물하여 봄을 먹었다. 지난해 여름 이사한 후, 처음 해보는 나물 뜯기와 나물 반찬이었다. 감개무량하였다... 2022. 3. 29. 이전 1 ··· 120 121 122 123 124 125 126 ··· 3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