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1131 <132호> 그가 나에게 갑자기, 왔다 그가 나에게 갑자기, 왔다. 윤 숲속에 보리수나무의 흰 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을까... 밭 한 곁에 옮겨 심어 놓고 아까워서 캐 먹지 못했던 달래 그 몇 뿌리가 이젠 번져 번성하고 있을까... 가로등이 없어 칠흑처럼 깜깜하던 밤, 숲을 비추어주던 달님은 안녕할까. 겨우내 밭에 서 있던 파를 망설이며 뽑아먹던 마음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다시 피어나는 봄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깨어남을 보는 그 시선 자체가 깨어남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봄이고 또, 깨어남이라고, 깨어나고 있다고, 피어나고 있다고 고요한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말하고 싶다. 이렇게 삶에서 깨어나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어주는 친구가 다녀가셨다. 한 달 새 두 분이 갑자기... 십 .. 2023. 4. 24. <132호>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은규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똑바로 누워 자 본 기억이 없다. 늘 옆으로 모로 누워 자거나 엎어져 자거나. 그래서인지 늘 어깨가 결린다. 죽어서야 ‘잠시’ 똑바로 누워있게 되려나. ‘잠시’라는 표현은 진실이다. 곧 화장터에 당도할 터이니. 올봄에 유난히 많은 부고를 접했다. 망자의 얼굴이 ‘다행히’ 떠오른다면 마음을 가다듬고 기억을 살폈다. ‘좋은 곳으로 가시라’ 혹은 ‘하늘나라에서 만나자’ 혹은 ‘평안하시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의 봄은 기억해야 할 기억의 순간들로 빼곡하다. 누군가의 죽음이 나의 삶을 떠밀고 있는 봄날, 살아있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다. 2023. 4. 24. 132호(2023.4.25) 2023. 4. 24. 이전 1 ··· 127 128 129 130 131 132 133 ··· 37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