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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호> 좋았던 그 시절의 사진 한 장 품에 안고 _ 박현경 제목: 좋았던 그 시절의 사진 한 장 품에 안고 / 글쓴이: 박현경(화가) 좋았던 그 시절의 사진 한 장 품에 안고 마냥 걷는다 마냥 걷는다 좋았던 그 사람의 편지 한 장 손에 쥐고 마냥 걷는다 마냥 걷는다 얼어붙은 달밤을 혼자 걸어간다 -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마냥 걷는다’ 가사 일부 얼마 전 길동무 도서관에서 ‘공감의 경제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인문학 강의에 남편과 함께 참석했다. 이 강의에서 강사인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님은 과거의 학교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산업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을 양성해 왔는지 언급했다. 지루한 수업 시간 동안 ‘졸지 않는 연습’을 시키고, 야간 자습 때는 ‘야근하는 연습’을 시키고, 체벌을 통해 ‘모욕을 참는 연습’을 시켰다는 것. 이 이야기에 나를 포함한 청중.. 2022. 6. 2.
<책 숨, 슬기로운 탐독생활> 커먼즈의 도전, 판을 까는 여자들 판을 까는 여자들 - 신민주,로라,노서영 저 한겨레 출판 김성구 회원 이대녀들 3명의 이야기가 읽기 쉽고 간결하게 쓰여 있는 것 같다. 분노할 줄 알며 사회적 약자의 위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임에 틀림없다. 구색을 갖춘 구절판을 뒤집어 엎을 때에 비로소 이야기는 시작된다. 신민주, 로라, 노서영 세 이대녀의 이야기는 지극히 일반적이고 지극히 인권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회가, 정치 문화가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음에 분개할 수 밖에 없다. 젊은 국회의원 보좌관은 무시당하고 정치에 관심은 있는데 거대양당의 표심 정치에 환멸이 난다. 트위터에는 고유명사(해시태그)에 해당하는 트윗이 자주 올라온다는 건 알았지만 페미니즘이 몰려있을 줄은 처음 알았다. N번방과 알페스 처벌법의 극명한 갈림, 여총.. 2022. 6. 2.
<121호> 바라보기_允(잔디) 주방 작은 창 한 켠을 따라, 군데군데 아기감나무가 자라고 있는 긴 밭을 바라보며, 아이비가 한껏 줄기 끝에 새로운 아기 이파리를 키우고 있다. 매일 그를 바라보지만, 매일 신기하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를 본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한다. 아, 나는 나를 그런 시선으로 보고 싶었던 걸까? 아침에 일어나, 일어나려고 마음먹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저절로 5시 30분, 5시 40분께에 눈이 떠진다. 누군가 이제 일어나 너를 보아, 라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을 거는 것처럼. 내 몸을 세차게 흔들어 깨우거나, 일어나는 것을 당연하게 강요하는 것 같은 목소리가 아니라, 호기심어린 목소리로 손 내밀며 어딘가로 초대하는 기운으로 내가 나를 깨운다. 자주 공책을 마주하며, 쓰기의 방식으로 나를 바라보아준 지.. 2022.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