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호> 형과 잔디_잔디(允)
십 년하고도, 일 년을 더 살아온 산에서 떠나오기 며칠 전, 내가 그 산에 살기 훨씬 전부터 그 산을 키워 오신 형님은 너는 이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서 살 때,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거니까, 마을에 가서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그에게서 너를 보고, 그에게서 그를 보되, 그와 너를 분리시켜 보기보다 그를 거울로 삼으라는 말씀을 찬찬히 들려 주셨더랬다. 지금 그 말씀을 천천히 곱씹어보니, 누구를 만나든지 그의 거울이 되어보라는 뜻인 듯 여겨진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석 달.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서는 문 가까이에 서 있다. 흐린 오후, 아침부터 물기를 머금었던 하늘에서 싸래기 같은 눈이 잠시 떨어졌으니... 목도리를 서둘러 찾아 둘러야 할 시절... 퇴근하면서 혹은 작은 도서..
2021. 12. 6.
<115호> 형과 잔디_잔디(允)
십 년하고도, 일 년을 더 살아온 산에서 떠나오기 며칠 전, 내가 그 산에 살기 훨씬 전부터 그 산을 키워 오신 형님은 너는 이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서 살 때,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거니까, 마을에 가서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그에게서 너를 보고, 그에게서 그를 보되, 그와 너를 분리시켜 보기보다 그를 거울로 삼으라는 말씀을 찬찬히 들려 주셨더랬다. 지금 그 말씀을 천천히 곱씹어보니, 누구를 만나든지 그의 거울이 되어보라는 뜻인 듯 여겨진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석 달.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서는 문 가까이에 서 있다. 흐린 오후, 아침부터 물기를 머금었던 하늘에서 싸래기 같은 눈이 잠시 떨어졌으니... 목도리를 서둘러 찾아 둘러야 할 시절... 퇴근하면서 혹은 작은 도서..
2021.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