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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호> 1123 스위트 홈_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나보다 먼저 이 땅에 발 디딘 아파트에 살고 있다. 오르막길에 자리 잡은 5층짜리의 낮은 건물이다. 처음 들어올 때는 정말이지 대궐 같았다. 15평쯤 되는 방 두 개짜리 집은 리모델링까지 마쳐 허술한 외관과 달리 깔끔해 보였다. 독립한 이후 거실이 따로 있는 집에 사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방이 두 개나 되니 도대체 두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찼다. 가격도 덩치도 분에 넘치는 6인용 원목 테이블을 사다 큰 방에 넣고 친구들과 둘러앉아 새벽까지 수다를 떨었더랬다. 낡은 건물에서 하자는 피할 수 없었다. 싱크대 수전이야 소모품이니 부품을 사다가 직접 갈면 그뿐이었는데, 작년 여름에는 윗집 누수로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흐르고 주방과 침실 벽은 옴팡 젖었다. 젖은 벽지에서는 곰팡이가 피어.. 2021. 12. 6.
<115호> 형과 잔디_잔디(允) 십 년하고도, 일 년을 더 살아온 산에서 떠나오기 며칠 전, 내가 그 산에 살기 훨씬 전부터 그 산을 키워 오신 형님은 너는 이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서 살 때,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거니까, 마을에 가서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그에게서 너를 보고, 그에게서 그를 보되, 그와 너를 분리시켜 보기보다 그를 거울로 삼으라는 말씀을 찬찬히 들려 주셨더랬다. 지금 그 말씀을 천천히 곱씹어보니, 누구를 만나든지 그의 거울이 되어보라는 뜻인 듯 여겨진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석 달.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서는 문 가까이에 서 있다. 흐린 오후, 아침부터 물기를 머금었던 하늘에서 싸래기 같은 눈이 잠시 떨어졌으니... 목도리를 서둘러 찾아 둘러야 할 시절... 퇴근하면서 혹은 작은 도서.. 2021. 12. 6.
<115호> 형과 잔디_잔디(允) 십 년하고도, 일 년을 더 살아온 산에서 떠나오기 며칠 전, 내가 그 산에 살기 훨씬 전부터 그 산을 키워 오신 형님은 너는 이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서 살 때,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거니까, 마을에 가서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그에게서 너를 보고, 그에게서 그를 보되, 그와 너를 분리시켜 보기보다 그를 거울로 삼으라는 말씀을 찬찬히 들려 주셨더랬다. 지금 그 말씀을 천천히 곱씹어보니, 누구를 만나든지 그의 거울이 되어보라는 뜻인 듯 여겨진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석 달.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서는 문 가까이에 서 있다. 흐린 오후, 아침부터 물기를 머금었던 하늘에서 싸래기 같은 눈이 잠시 떨어졌으니... 목도리를 서둘러 찾아 둘러야 할 시절... 퇴근하면서 혹은 작은 도서.. 2021.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