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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이... 2025. 11. 26.
이쯤에서 이쯤에서 신경림 이쯤에서 돌아갈까 보다차를 타고 달려온 길을터벅터벅 걸어서보지 못한 꽃도 구경하고듣지 못한 새소리도 들으면서찻집도 기웃대고 술집도 들러야지낯익은 얼굴들 나를 보고는다들 외면하겠지나는 노여워하지 않을 테다너무 오래 혼자 달려왔으니까부끄러워하지도 않을 테다내 손에 들린 가방이 텅 비었더라도그동안 내가 모으고 쌓은 것이한 줌의 모래밖에 안된다고새삼 알게 되더라도 - 사진관집 이층(창작과비평, 2014) 2025. 11. 26.
내 남자 이야기 내 남자 이야기박현경(화가, 교사) 격렬한 섹스 후에 그 남자가 말했다.“나랑 살아 줘서 고마워요.”나는 대답했다.“고맙긴요. 이건 당신이 밑지는 일이에요.”“아니에요. 나랑 살아 줘서 고마워요.”“아니, 이건 백 퍼센트 당신이 밑지는 일이라니까요.”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자, 나는 고지(告知)의 의무를 다했습니다. 내가 하자(瑕疵) 많은 인간이란 걸 당신한테 분명히 밝혔습니다. 나중에 속았다며 원망 말아요.’2015년 어느 날이었다. 2025년 현재, 나는 여전히 그 남자와 살고 있다. 그에게 지난 10년은 그때 내가 했던 말이 빈말이 아닌 온전한 사실적시(事實摘示)였음을 숱한 체험을 통해 깨닫는 기간이었을 것이다. 그 ‘숱한 체험’의 가벼운 예를 들면 이렇다. 내가 발을 굴러 가며 그에게 화를 .. 2025.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