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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밭 부추밭 잔디 지금의 나는 그저 시골사람이지만,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의 삶을 처음 시작했던 이십여 년 전 그때, 내 마음에 들어와 충만한 에너지로 채워주는 두 가지 풍경이 있었다. 집에서 나와 어쩔 수 없이 매일 오가며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부추밭과, 모내기를 하기 전 물로 채워진 무논이었다.  허리를 몇 백 번 폈다 접었다 하며 논흙 한 삽 한 삽 떠서, 구멍 난 곳을 채우고 울퉁불퉁한 면은 고르게 흙을 발라놓은 논두렁. 매우 정갈한 도자기 작품처럼 구부러진 논두렁을 매끈한 곡선으로 만드시는 어르신의 작업과 작품을 봄이면 볼 수 있어서, 물로만 채워진 그 논을 밤에 몰래 가서 한참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그 논이 있는 마을에 지금은 살지않지만, 지금도 여전히 오가며 모내기철에 바다처럼 빈 논과 논 옆에 .. 2024. 5. 27.
'힘'은 그럴 때 쓰는 게 아니야! ‘힘’은 그럴 때 쓰는 게 아니야!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 못 느끼시나요? ‘경계’ 인권연대숨과 마을N청소년이 공동으로 어린이공원을 온전히 어린이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의 활동을 하고 있다. 활동이라고 해야 고작 어린이공원>이라고 불리는 공원에 가서 둘러보고 사진 찍고 시설은 어떤 것이 있나 살펴보는 정도이다. 이 활동을 하면서 공통으로 경험하는 문제가 있다. 어린이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어른들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 3~40% 정도 되며, 어른들의 점유시설형태는 운동기구와 파고라(정자)이다. 또한, 어린이 전용 놀이시설과 어른점유 시설 사이에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보행자 통행로 명분의 보도블록으로 경계가 지어져 있다. 그렇게 따지니 어린이공원 내 순수 어린이 전용공.. 2024. 5. 27.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이구원소설, 수필, 강연 그 어딘가 사이에 있는 책이다. 내용은 길지 않지만 막 빠져들며 읽지는 못했다. 솔직히 저자처럼 일상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며 살다가는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성의 자유로운 글쓰기의 출발점을 적당한 수입과 자기만의 방(공간)이라 보았던 버지니아 울프의 주장은 장애인을 포함한 소수자성을 지닌 존재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최소 조건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만연했던 차별 중 어떤 것은 철폐되었지만 여전히 아직도 우리는 차별과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남성이라는 권력적 계층의 속성과 장애인이자 저소득층으로서의 소수자성을 모두 지니고 있는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그저 고민이 들 뿐이다.  이재헌 1928년 런던에서 ‘여.. 2024.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