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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했던 시절에 소란했던 시절에 박현경(화가, 교사)   넌 기억하고 있는지모두 잊은 듯 지내는지비 내리는 그 날이면널 떠올리곤 해(중략)그 소란했던 시절에그대라는 이름- 빌리 어코스티 소란했던 시절에> 가사 ‘힘들었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날. H랑 연락해서 만나러 감. 운천동. 대화. 폭우. 우비. 가까스로 집.’이라고 나의 수첩 2017년 7월 28일 금요일 칸에 적혀 있다. 이 짧은 메모에서 우리가 그날 함께 나눈 시간이 물씬 묻어난다. 너는 2016년에 C여고 2학년이었고 신문반 활동을 했다. 나는 그 신문반 지도교사였다. 2017년에 너는 고3이 되었고 나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다. 어떤 식으로든 우린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고 여름방학 중이었던 7월 28일에 내가 너를 만나러 갔다.  자전거를 타고 출발할 때부터.. 2024. 11. 25.
세계인권사상사 - 미셀린 이샤이 책 숨, 슬기로운 탐독생활8회차에 걸쳐 진행된 ‘세계인권사상사 – 미셀린 이샤이’를 마치며  유희정『세계인권사상사』는 세계 각국과 시대에 따라 인권의 지평이 넓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익이나 정의, 혹은 당위성을 이유로 인권 유린과 폭력이 태연히 이루어지는 모습도 고발하고 있다. 오늘날 윤리적 논쟁의 핵심에 있는 인권 개념은 사실 오랜 역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국제 사회가 온 인류의 통합과 평화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전쟁범죄를 방치하는 이중잣대와 자국 이익에 충실한 계산이 숨어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일상 속 누군가가 의도적인 배제로 인해 탄압과 차별을 받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마주하게 했다.이 책은.. 2024. 11. 25.
춤                                                                                                  잔디 올해는 어쩔 수 없이 전에 다니던 성당에 두 번 다녀왔다. 두 번의 장례미사. 한 번의 악수, 한 번의 포옹. 한 번의 봉투와 한 장의 손수건. 한 번의 오열, 한 번의 흔한 눈물. 어떤 죽음은 나에게 깊은 슬픔으로 다가와 가슴이 미어져서 미사가 끝난 후 유가족을 버얼건 눈으로 마주하기가 힘들었고, 어떤 죽음은 나에게 지치고 오랜 고통과의 이별로 다가와 자유로움으로 이어져, 그저 담담히 성당 뒤켠에 서서 눈으로 검은 옷을 입은 유가족의 등을 쓰다듬을 수 있었다. 어떤 죽음은 더 이상 그를 만날 수도 볼 수도 없다는 사실이 너.. 2024.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