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970 눈물 버튼 눈물 버튼 박현경(화가, 교사) 1.이상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내 안에 잘못 눌린 버튼이라도 있나? 아니면 무슨 호르몬의 영향인가?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온다. 눈치 없이 솟는 울음을 삼키느라 목구멍이 아프고 몸에 힘이 들어간다. 어제는 거의 종일 그림을 그렸다. 음악을 들으며 고양이들이랑 장난도 쳐 가며 슥슥삭삭 색연필 선을 긋고 또 그었다. 그렇게 일고여덟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이렇게 평온한 토요일을 보내는데 왜 감정은 이토록 요동을 치는 건지……. 눈물을 줄줄 흘렸다가 다시 괜찮아졌다가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눈물이 나는 건 대개 어떤 생각이 떠올라서다. 이를테면 직장 일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다 ‘고등학교 때도 자퇴하고 싶은 걸 꾹 참고 다녔는데, 그렇게 다니기 싫은 학교를 이제껏 다녔.. 2024. 5. 27.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이구원소설, 수필, 강연 그 어딘가 사이에 있는 책이다. 내용은 길지 않지만 막 빠져들며 읽지는 못했다. 솔직히 저자처럼 일상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며 살다가는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성의 자유로운 글쓰기의 출발점을 적당한 수입과 자기만의 방(공간)이라 보았던 버지니아 울프의 주장은 장애인을 포함한 소수자성을 지닌 존재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최소 조건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만연했던 차별 중 어떤 것은 철폐되었지만 여전히 아직도 우리는 차별과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남성이라는 권력적 계층의 속성과 장애인이자 저소득층으로서의 소수자성을 모두 지니고 있는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그저 고민이 들 뿐이다. 이재헌 1928년 런던에서 ‘여성.. 2024. 5. 27. 슬픔이 기쁨에게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가나미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추위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 슬픔이 기쁨에게(창비, 1979) 2024. 5. 27. 이전 1 ··· 25 26 27 28 29 30 31 ··· 3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