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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50

<제96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네 번째._잔디(允) 길쭉한 마당 곁에 모과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의 초록 잎새가 아가의 앙증맞은 걸음마처럼 피어납니다. 곧 그 초록과 어울리는 어여쁜 꽃을 피워 제 마음을 두드리겠지요. 숲 속 여기저기에서 꽃망울을 띄우는 것은 산벚나무입니다. 나무마다 다른 꽃빛깔로 피어나는 모습을 보려, 유심히, 마음 주고 눈길 주어 보게 됩니다. 어느 동안은 저는, 나무가 되고 싶었어요. 나무처럼 한 자리에 서있는 그런 사람요. 그 꿈은 여전합니다. 한 자리에 줄기와 닮은 뿌리 내리고 서서 햇빛 받으며, 계절과 시간을 견디면서도 흐르는, 싹 틔움과 성장, 상실을 반복하는 존재. 가지 끝의 생명을 기르면서도, 자신도 자라는 것을, 오직, 햇빛과 하늘이 주는 물과 땅의 기운을 받아 그 과정을 반복하는 그런, 존재. 그 간결함으로.. 2020. 4. 28.
<제95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세 번째_잔디(允) 진달래꽃봉오리가 분홍색인지 자주색인지를 놓고 아이들이 티격태격합니다. 대화라기보다 서로 주기만하는 것 같은 말이, 마치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의 의견이 맞는 듯, 결론이 나려하다가, 그래 보는 사람의 눈이 다르니 그 빛깔을 표현하는 말도 다를 수 있다며, 서로의 생각을 인정하는 듯 아닌듯한 끝을 내며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갑니다. 저물어가는 봄 햇살 아래, 꽃빛을 바라보며 우리가 함께 서 있다는 것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움임을 다시, 기억합니다. 캄캄하고 긴 터널을 느릿느릿 통과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요즘이지만, 한시적 무노동 무임금 시간을 살고 있지만, 이 시기를 통해 저를 돌아봅니다. 일상을 침범했다고 여겨지는 질병과 사람의 간극과 관계, 긴 시간 한 공간에서 함께.. 2020. 4. 28.
<93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하나.윤_잔디(允) 한 해가 지나갈 때마다 묻습니다. 계속 쓸까요? 괜한 글로 폐 끼치고 있지는 않는지 거듭 생각해보는 시간... 그 시간을 보내고 여지없이, 일상 속에서 짧게 혹은 깊이 공책에 연필로 서걱거리는 때를 되풀이하며 보냅니다.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어떤 글을 써볼까. 저의 시간과 그 시간을 통과하면서 지나온 마음을 쌓아 당신께 보낼, 지금을 맞습니다. 올해는 자음순서대로 단어를 모아 보내봅니다. 어찌될지 어떻게 풀어갈지 아직도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한 가지씩 써내려 가다보면, 그대에게 닿을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어느 시인이 마음사전을 펴내며, 저마다 자신의 사전을 펼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그 책을 낸다는 서문을 읽고서는 아~ 그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는 서투른 바람을 갖기도 하였습.. 2020.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