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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50

<제86호> 나는 여전히, 시인이 되고 싶어라_잔디(允)  미희가 있었지. 내 인생에, 초등 3학년 때부터 스무 몇 살까지 미희가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부터 미희와 나는, 농구부에서 교대로 센터 역할을 했다. 농구부 언니들에게 경기 진행을 능숙하게 못한다고 혼날 때에도 서로 위로해 주고, 더운 여름 날, 순발력 향상 훈련한다고 왼쪽으로 뛰다가,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 방향을 바꾸어 오른쪽으로 뛰는 것을 한참 한 후 숨이 헉헉 거릴 때에도 조금만 더 참자는 눈빛을 주고받던 미희. 이런 저런 연유로 6학년이 되어서는 농구부에서 나와 서로의 집으로 마실을 가서 떡볶이를 해 먹기도 하고, 어딘가에서 빌려온 만화책을 보며 깔깔거리던 그때... 미희네 집 뒷마당엔 오늘처럼, 빨간 양귀비꽃이 피어있기도 하였다. 우리 집에 놀러오면, 집에서 붕어빵 봉지를 접는.. 2019. 10. 24.
<제85호>J에게 기대어..._잔디(允) 대추나무가 초록잎을 내는 시절. 대추나무의 초록잎을 보며, 봄이 완성되었구나 합니다. J군과의 인연으로 뵙게 되어 반갑고, 고맙습니다. 오늘 이른 저녁, 선생님의 전화를 받으며, J군과 함께 하시는 동안, 참고하시면 좋을 내용을 적어드리고자 이글을 시작합니다. 물론, 제 입장에서 서술하는 내용이니, 참고는 선생님의 선택...^^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을 만나면서 아니,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을 만나면서 늘 ‘도움’의 지점에서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점과 제가 도움을 드리는 분께서 생각하시는 지점이, 내용이 다를 때에도 난처하거나 어렵습니다. 그 대상이 성인분일 때와 학생 혹은 아동일 때, 그때마다 고민의 깊이나 내용이 확연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J군은 가정에서 기댈 .. 2019. 10. 24.
<제84호> 봄 _잔디(允) ❀ 수탉 너는 밤에도 소리를 내고, 낮에도 소리를 내고, 새벽에도 소리를 낸다. 아주 큰 소리를. 어느 때는 듣기 어려운 소리를. 홀로 있는 너를 보며 나는, 때로는 왕따 당하고 있는가 하기도 하고, 때론 혼자 있기를 즐기는구나 여기기도 한다. 너의 목청소리를 어느 때는 다른 수탉의 소리와 다른 소리를 내고 있고나 생각하지만, 어느 때는 더 멋진 소리를 내려고 연습중인가 하는 생각도 한다. 그냥 너는 너를 살고 있을 텐데, 너의 소리를 들으면서, 닭장 한 모퉁이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소리 내는 너를 보며, 나는 너를 나로 여기기도 하고, 세상일을 너에게 빗대기도 하며, 많은 생각을 한다. ❀ 알 식구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 채소 부스러기를 들고 닭장에 들어간다. 꼭꼭꼭 소리를 내며, 닭은 나와 반대편 쪽.. 2019.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