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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49

<제82호> 보통의 겨울 달밤_잔디(允)  아침. 잠을 충분히 잘 잔 유쾌한 목소리로 아이가 묻는다. 아이 - “엄마, 분무기로 물 뿌려 줄까?” 나 - “...... 아니.(퉁명스런)(자다가 봉창 두드리나...)” 아이 - “(여전히 유쾌한 목소리로) 엄마는 꽃처럼 예쁘니까...” 나 - “ㅋㅋㅋ” 녀석의 유머가 그의 마음속에서도 웃음으로 피어나기를 바라는 보통의 아침.  스무 살에 혼인하여 그때의 나이보다 더 길게 스무 여섯 해를 한 남자와 오롯이 살아온 여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이 둘을 낳고, 그 아이들이 또한 스물이 넘어 자신을 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그 곁을 지킨다. 농사라는 것이 누군가는 자영업이라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일이라 여기지만, 그럴 수 없는 일이다. 초록은 밤에도 자라고, 그가 몸이 아플 때에도 자라고, 그.. 2019. 10. 23.
<제81호> 문득_잔디(允) 바람 타는 나무가 더러 운다고 해서 사랑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리. 그 어느 바람에도 뿌리째 흔들리지 않았고 그 어느 눈보라속에도 속까지 젖지는 않았으니 - 안상학. 「나무가 햇살에게」 부분 환한 달밤이 아니더라도, 문득 누군가 그리워지는 밤, 안부를 묻고 싶어, 잘 지내고 계시는지... 그대. 올해도 꽃으로 피어나소서. 짧은 문장을 건네고픈 그런, 사람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있지 않을까... 그리고 예기치 않은 순간, 십 년, 혹은 오 년의 지나간 시간을 훌쩍 넘어 그 시간을 살아온 나에 관한 이야기를 가까운 마음으로, 풀어놓게 되는 그런 순간을 맞는다. 서울 하늘 아래, J. 그와 나는 1992년 동아리에서 만났다. ‘동아리는 죽었다’라는 표현이 자주 쓰여지던 그때. 대자보에 동아리를 살리려고 애쓰는 움.. 2019. 10. 23.
<제60호> 다시 봄...잔디(允) 다시 생명을 깊이 생각하게 되는... 다시 생명의 소멸을, 소멸된 진실을 묻게 되는... 그리하여 그 생명의 자국들에, 그 생명을 향한 그리움에 절절이 울게 되는... 꽃이 피었다 진 자리에 돋는 초록 잎새에 위로받는... 바람 부는 팽목항에 걸려있던 따뜻한 밥 함께 먹고 싶다는 글귀가 생각나, 그 글귀를 손으로 만지던 날 가슴과 목이 꽉 막혀 울 수도 없던 그 순간이 생각나는... 그 글귀가 다시금 생각나 아이와의 사소한 다툼에도, 살아있는데..., 살았는데 하며 다툼의 시간이 더 더 미안해지는... 서로 살아있으니 감사하며 동행으로서 다시 마음을 일으켜 보자 더 스스로를 격려하는... 바다에서 스러져간 자식을 생각하며 손을 움직여 뜨개질하던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 사소한 뜨개질 작품을 보며 그.. 2019.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