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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49

<제59호> 고마워요_잔디(允) 1. 얼었던 강이 녹아 흐른다. 겨우내 언 강 아래서도 물이 흐르고 있었음을 생각한다. 화가 나거나 고집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흐르고 있었을 내 몸 속의 수분을 그리워한다. 단단하게 굳어있다고 여겨졌을 마음, 그 마음 아래에서 흐르고 있었을 내 마음, 그 줄기를 찾아 내 진정성을 보고야 말겠다는 그런, 굳은 다짐은 아니다. 흐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을 뿐. 나의 블로그 닉네임처럼. 흐르는 나무처럼... 제주 가는 비행기에서 친구가 만났다던 그 하늘 이야기가 기억난다. 세차게 내리는 비. 그 위 구름. 구름 위의 청아한 하늘. 늘 거기에 있었을 티 없이 높고 맑은 하늘. 그것과 같을 내 마음의 참 모습... 2. 내 오랜 친구랑, 일상의 사소함을 알콩달콩 수다하는 내 친구랑, 톨레 선생님께.. 2019. 10. 23.
<제58호> 산위에서 부는 바람 - 다시 바람을 맞겠지_잔디(允) 1. 어둠이 찾아온 밤. 먼 시간을 돌아 이 숲에 찾아왔다 다시 먼 길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는 길, 낙엽 위에도, 길 위에도 별이 내려 반짝인다. 바삭바삭한 겨울 밤길. 하얀 서리, 별 되어 떨어진 그 길 밟으며, 함께 걷는 동무가 있어, 참, 좋았다. (최고은님의 노랫말처럼) 이제 모든 게 다 제자리로 돌아온 듯한 충만함... 다시 먼 거리에서 떨어져 서로 마음안에서 만나며 살아가겠지만, 오늘밤의 충만함을 내 몸이 기억하기를... 2. 북어포를 무 삐진 것과 물에 불큰 호박고지를 함께 넣고 들기름에 볶다가 콩나물 한 움큼, 고추장 한 숟가락, 고춧가루 조금 넣어 한소끔 끓이면 구수한 국 한 그릇 완성된다. 강 할머니의 팔십년 넘은 겨울보양식 끓이는 방법을 설명하시다 한 번 와 끓여줄게 하시는 말씀에 뭉.. 2019. 10. 23.
<제80호> 기억_잔디(允) * 심심한 집에서, 고양이 다섯 마리에게 저마다 이름을 붙여주고, 기르던 아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몸이 점점 부어와 결국에는 백 킬로그램 가까이 된 몸 휠체어에 기대어도, 삶의 이곳저곳 여러 손길에 기대어도, 작은 부딪힘이 두려워 조심해 주기를 부탁하던 아이가 일주일 만에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 태어날 때부터 병을 갖고 있어 열 살까지는 살 수 있다고 병원에서 들었다던 아이는, 열일곱 해를 살았다 떠나기 일주일 전, 서로 하고 싶은 활동을 한 가지씩 하고나서 작은 쿠키 몇 조각을 서로 먹겠다고 농담하였으며, 코끼리 아저씨 가사를 바꾸어가며 부르곤 웃기다고 낄낄거렸다. 다음 만남에는 무엇을 하자며, 어두워지니 옷깃을 한껏 여미고, 무릎담요를 둘러주고, 안녕하였다. 그러고는...... 수.. 2019.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