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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마음거울97

<5호> 예술가의 창의적인 ‘정치감각’을 기대함_소종민 예술가의 창의적인 ‘정치감각’을 기대함 - 자크 랑시에르의 예술과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왜 신뢰인가? 인간에 대한 신뢰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이기 때문이며, 바로 이 신뢰에 의하여 문학이든 정치든 가장 기본적인 윤리적 덕목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예술과 정치는 한데 묶여 수없이 거론되어 왔다. 거짓 정치를 미화하는 데 예술이 복무하고, 참 정치를 회복하는 데 예술이 참여해 왔기 때문이다. 나치예술이나 혁명예술이라는 신조어가 이를 증명한다. 오늘날 역시 예술과 정치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1934년, 토마스 만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정치적 사건에 대한 예술가의 자세는 완전히 해당 예술가의 개인적 방향성에 근거해.. 2020. 9. 3.
<100호> 바람은 아직도 부른다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시인은 아직도, 아직도, 삶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태우는 담배가 늘어나도, 돌벽에 머리를 박고서 애꿎은 민들레 뿌리 뜯어지도록 발길질 하는 날이 많아지더라도, 모락모락 김을 피어올리는 국밥 한 그릇 앞에서 공손한 마음을 가질 줄 아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빌딩을 올리고, 누군가는 빌딩에 세를 내며 일하고, 누군가는 일하고 버린 쓰레기를 담고, 누군가는 그 바닥을 닦지만, 이처럼 불평등한 세상에서 아직, 미치지 않고, 섣불리 화 내지 않고, 무력하게도, 무력하게도 매일 그 고통을 몸에 단단히 새기는 노동자들이다. 잔근육처럼 박힌 애환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길 잃은 고양이 한 마리에게 측은지심을 느끼는 이들이다. 그에게 먹이를 챙겨주려 정작 돌보지 못한 자기 몸을 더듬고, 빈 주머니 속을 뒤.. 2020. 9. 1.
<4호> 바보처럼 살자고 독촉(督促)합니다.(督促 -살펴보고 바로잡을 독督, 재촉하여 다다를 촉促) _ 겨자씨 석정의 마음 거울 3 온달 그는 늘 최전선에 있다 후주 무제 쳐들어올 때는 비사들에 있었고 신라와 맞설 때는 죽령으로 달려갔다 그는 왕의 신임을 받는 부마였지만 궁궐 편안한 의자 곁에 있지 않았다 그는 늘 최전선에 있다가 최전선에서 죽었다 권력의 핵심 가까이에서 권력을 나누는 일과 권력을 차지하는 일로 머리를 싸매지 않았다 높은 곳 쳐다보지 않고 아래로 내려갔다 안락하고 기름진 곳으로 눈 돌리지 않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험한 산기슭을 선택했다 그때 궁궐 한가운데 있던 이들 단 한 사람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천 년 넘도록 우리가 온달을 기억하는 건 평강공주의 고집과 눈물 때문 아니다 가장 안온한 자리를 버리고 참으로 바보같이 가장 험한 곳 가장 낮은 곳 향해 걸어갔기 때문이다 살면서 우리가 목숨 던져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았기.. 2020.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