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마음거울93 <2호> 까칠한 사람의 들을 귀_겨자씨 석정의 마음거울 1 아는 사람들 사이에 저는 ‘까칠한 사람’으로 통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모 단체 행사에 갔는데, 한 분이 저를 어떤 분에게 소개하며 “청주에서 제일 까칠한 사람이에요” 라고 말씀하더군요. 속으로 ‘설마 착한(?) 내가 그럴 리가!’ 생각하다가 문득, 참 내가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듣기 거북한 소리 많이 하며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뜨끔했습니다. 그런데 몇 일전 같이 일하는 선배가 “너는 다 괜찮은데, 듣기 싫은 소리 잘 듣는 걸 훈련해라. 그것만 되면 한 단계 더 발전할거다” 조언을 했습니다. 이거 참, 그동안 사람들에게 까칠한 소리 많이 해온 나도 상대방의 까칠한 소리에 있는 그대로 듣고 있지 못하고 많이 불편해 했구나 하는 반성이 되고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그런 사람입니다. 요즘, 사람들 사이.. 2020. 8. 7. <99호> 노래하고 춤추고 키스하는 사람들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인생은 애저녁부터 고통 속에 파묻혀 있었다. 어딜 가나 못돼먹은 인간들은 있었고 꽤 많은 인간들은 괴롭힘을 당하며 지옥 같은 삶을 견뎌내야 했다. 아프리카 대륙에 살던 사람들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만든 거대 선박에 태워져 노예로 팔려갔다. 가서 푼돈도 받지 못하고 고된 일을 해야만 했다. 그 중 스페인 선박을 타고 온 흑인들은 쿠바라는 스페인 식민지이자 섬나라에 내렸다. 그들은 사탕수수를 베고 설탕을 만들어 자신들이 타고 온 선박과 비슷한 배에 자루째 싣어야했다. 미국으로, 유럽으로 떠나갈 설탕들이었다. 설탕의 맛은 노예들이 처한 고된 노동과 가난과 비례하듯 달콤했다. 사는 일의 고달픔에 관해서는 사실 지구 반대편인 쿠바까지 갈 필요도 없다. 어제 오늘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사실 .. 2020. 7. 28. <제98호> 책임이라는 정치적인 과제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그럴 때가 있다. 내가 잘못한 거라고, 나의 부족함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인정하기 싫을 때가 있다. 내가 비겁해서, 무책임해서, 사려 깊지 못해서 그 사람에게 어떤 손상을 만들었음을 인정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냥,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덮어두고 믿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있을 때가 있다. 그때는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 단단한 쇠붙이들을 불러 모아 방패를 만들고 웅크리고 앉는다. 불안한 마음은 몸과 마음을 천근만근 무겁게 만든다. 아, 내가 별로인 사람이구나. 가슴 깊이 사랑하는 이와 시간을 보낼수록 깨달아가는 진실은 황홀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마음 속 가장 밑바닥에 있는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납작한 쇠붙이를 꺼내서 당신과 내가 함께 확인하는 시간들이었다. 내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 납작.. 2020. 7. 28.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3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