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마음거울93 <103호> 소대장이 쏘아 올린 푸른 탄도미사일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 금요일 오후. 별안간 추위로 얼어붙은 도시는 전쟁 준비가 한창이었다. 목요일까지는 베트남 북부도시 하노이의 축축하고 비릿한 겨울 날씨 같았다. 금요일부터는 또다시 냉랭한 공기가 콧등을 스치고 있었다. 거리에는 군용 야상처럼 두꺼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털모자를 맞춰 쓰고 삼삼오오 나와 군화 아닌 장화를 신고 앉아 있었다. 그들 옆에는 적진을 향해 쏠 계획인지 머리는 허옇고 꼬리는 푸른, 짧은 탄도미사일체들이 쌓아올려져 있어 섬뜩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어제까지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는데. 그때 화약처럼 빨간 가루를 가득 담은 비닐포대를 담은 차량이 도착했다. 누군가가 담배 한 개비를 끝까지 태우면 곧 화약이 터질 것 같았다. “엎드려!!” 소리와 함께 하얗고 푸른 미사일이 도시의 하늘을 가르는 장면을 그려본.. 2021. 1. 6. <102호> 이어지는 글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쓰기는 언뜻 결론처럼 끝나는 것 같지만 사실 과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은 명백하게 또는 암묵적으로 나중에 쓰여질 다른 글들을 가리키며 끝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글은 우리의 일상과 궤를 같이하기에 좋은 수단이 된다. 아침에 시작해서 밤에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일상 역시 아직 오지 않은, 모든 사람이 마주하지 않은 내일과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여러 수필 작가가 고백하듯이 글쓰기는 지나간, 지나가버린 하루를 카세트에 넣은 테이프처럼 두 번, 세 번 재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단 한 번의 삶을 몸으로 한 번 살고,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살고, 글을 쓰면서 또 다시 사는 일이라는 표현도 생각난다. 마치 어린 아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네 위에 올라.. 2021. 1. 6. <5호> 예술가의 창의적인 ‘정치감각’을 기대함_소종민 예술가의 창의적인 ‘정치감각’을 기대함 - 자크 랑시에르의 예술과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왜 신뢰인가? 인간에 대한 신뢰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이기 때문이며, 바로 이 신뢰에 의하여 문학이든 정치든 가장 기본적인 윤리적 덕목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예술과 정치는 한데 묶여 수없이 거론되어 왔다. 거짓 정치를 미화하는 데 예술이 복무하고, 참 정치를 회복하는 데 예술이 참여해 왔기 때문이다. 나치예술이나 혁명예술이라는 신조어가 이를 증명한다. 오늘날 역시 예술과 정치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1934년, 토마스 만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정치적 사건에 대한 예술가의 자세는 완전히 해당 예술가의 개인적 방향성에 근거해.. 2020. 9. 3.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31 다음